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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문학 “여전히 회색빛”/겨울호 계간문예지들의 의미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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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문학 “여전히 회색빛”/겨울호 계간문예지들의 의미규정

입력
199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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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의 이탈이 특징/신경숙·윤대녕 새소설형식 구축 논란90년대 문학은 어떤 문학일까. 최근 나온 계간 문예지들의 겨울호는 다양한 방식으로 「90년대 문학」에 대한 나름의 의미 규정을 시도하고 있다.

문학이 10년 단위의 연대로 그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반의 위기가 운위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반으로 치닫는 90년대 한국문학의 위상을 점검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로 보인다.

「세계의 문학」은 「새로운 문학논리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문학평론가 장은수 김동식 오형엽씨의 대담을 실었다. 「문학동네」는 특집 「90년대 소설의 문제성」에서 배수아 이인화 박범신씨의 소설을 통해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문학과 사회」는 평론가 권성우씨가 「신세대 문학에 대한 비평가의 대화」라는 글을 통해 90년대에 등단한 신세대 소설가들의 작품경향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들의 논의에 공통적인 것은 한결같이 90년대 문학의 변별성을 80년대와 비교해 찾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적인」 문제의식이 합당한 형상화를 얻지 못한 채 때이른 용도폐기의 선언마저 횡행하는 요즈음』이라는 「창작과 비평」의 촌평은 그 시각을 분명히 드러내 준다.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90년대는 우리에게서 돌연 「아버지」의 빛을 빼앗아가 버렸다』는 평론가 남진우씨는 90년대 문학의 특성으로 전 연대의 아버지―교사―지사로 대표되던 사회적 초자아의 현저한 약화, 이러한 조건에서 출발한 문학의 연성화와 내면화를 들고 있다. 평론가 오형엽씨는 이를 두고 『90년대 문학의 전반적 변화 양상은 민족문학과 그 미학적 원리인 리얼리즘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늘 초점에 떠오르는 작가는 신경숙, 윤대녕씨이다. 이들은 『개인의 고유한 실존에 대한 민감한 인식과 정신적 상처를 감각적이면서도 우수 어린 문장에 담아내 우리 소설을 새로운 단계에 진입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남진우)는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문체 중심의 미학주의라는 관점에서 80년대 리얼리즘 소설과 변별성을 보여주었지만, 넓은 의미에서 재현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소설적 육체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소설은 기존의 소설영역과 새로운 소설영역 사이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사이 세대의 문학』 (오형엽)이라고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오씨는 오히려 기성 세대 비평가들이 비평적 논의 이전에 일단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끼는, 신세대 작가인 김영하 송경아 백민석씨 등의 문학이야말로 새로운 90년대 문학이라고 규정했다.

대중소설이 아닌 소위 본격창작집의 경우 초판 몇천부만 나가도 다행이라는 식으로 소설이 읽히지 않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60년대의 김승옥, 70년대의 최인호, 80년대의 이문열씨 등이 발했던 소설의 광휘는 90년대에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인지, 90년대 한국문학을 보는 안팎의 시각은 여전히 회색빛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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