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7.11.26 00:00
0 0

레이건은 자서전을 써준 사람도 몰라볼 만큼 치매가 심하지만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그들은 핵항모와 빌딩 다리 도로에 레이건의 이름을 붙였다. 최근엔 공화당소속 주지사 32명이 워싱턴의 내셔널공항을 로널드 레이건공항으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우리는 생존인물은 그만두고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일도 힘이 든다. 2000년에 개항할 예정인 영종도의 신공항에는 서울인천국제공항이라는 기묘한 이름이 붙여졌다. 약칭은 인천국제공항이라지만 정작 국제기구에 통보된 이름은 서울국제공항이라고 한다. 국제용과 국내용이 다른 것이다. ◆92년 명칭공모당시 가장 많았던 응모작은 세종공항이었다. 8위였던 인천공항이 세종대왕을 제친 것은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거세진 지역압력과 로비 때문이라고 한다. 각계 원로가 중심이 된 세종국제공항명칭추진위원회는 정부에 강력히 개칭을 건의한데 이어 행정소송과 1천만명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세종로 세종대 세종과학기지 세종연구소 등 세종대왕의 이름은 이미 여러 군데에 붙여져 있다. 외국에도 케네디공항, 드골공항, 다빈치공항, 인디라 간디공항 등 인물이름을 딴 공항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다리, 행정조직 등의 이름을 지을 때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적당히 일련번호를 매기는 식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릉2지구1공원을 솔밭공원으로 바꾸는 등 18건을 고쳤다. 총무처도 정부 1, 2, 3청사를 세종로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로 바꾸었다. 그동안의 혼란과 개명에 따른 낭비를 생각해 보라. 정치의 시작은 이름과 명분을 바르게 하는 정명이라는데 그걸 모르니 오늘같은 위기가 초래될 수 밖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