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와 소년을 통해본 일본정신의 양면나라가 온통 외환위기로 뒤숭숭한 요즘 『국민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상당 기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뼈를 깎는」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 최근 잇달아 번역된 두 일본소설 「일본사도기」(신한종합연구소 발행)와 「소년 H」(동방미디어 발행)는 공교롭게 「뼈를 깎는다」는 말에 대한 일본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일본사도기」에는 오다 노부나가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대로 이어지는 16세기 후반에서부터 1세기여에 걸친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12편이 실려 있다. 『새삼스레 각오할 것이 뭐 있겠는가. 나는 항상 「죽는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하였다. 미련 없이 깨끗하게 죽는다는 결의야말로 무사의 진면목이라고… 이름도 남기지 않고 몸을 전쟁터에 내던진다. 거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소설들은 대부분 일본 무사계급의 「뼈를 깎는」 자기수련과 그리고 당연한 결과처럼 주군·조직에 희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 한편은 감동적이고 재미도 넘친다. 1944년 전후 이 소설들을 쓴 작가 야마모토 슈고로(1904∼1967)는 자기 소설의 주인공들 처럼 명리를 떠나 나오키(직목)상 등 각종 문학상의 수상도 거부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일본적이다. 주군의 눈에 벗어났다 하여 할복하고(「무술가」), 딸을 주겠다는 주군의 제의까지 거절하며 평생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중간무사는 푸른 대(청죽)로 비유된다(「청죽」). 이야기의 끝은 늘 비장한 눈물이나 다짐이다.
「소년 H」는 1930년에서 45년 사이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린 소설이다. 저명한 무대미술가인 세노오 갓파(67)가 『그 시절의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 당시 일본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가를 알릴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서』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쓴 처녀작으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소년 H는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며 나라가 시키는 대로 전쟁을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행태에 늘 『왜 그렇지』하고 의문을 던진다. 작가는 거기에 일본의 오늘은 주인공 같이 선량한 생각을 가진 다수의 시민이며, 그 토양은 가족과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놓았다.
전국시대 무사계급과 군국주의시대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 내세운 일본정신인 셈인 데, 그것을 바로 읽는 것은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