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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황”… 자금시장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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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황”… 자금시장 마비

입력
1997.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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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무차별 투매현상 거래 사실상 중단/실세금리 천정부지 폭등 ‘산업공황’ 확산/삼성·현대까지 회사채 발행 이례적 실패금융시장이 신용공황상태로 치달으면서 24일 증시에 「블랙먼데이」가 현실화하고 말았다. 시중실세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을 중심으로한 금융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유수의 은행들이 수입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정도다.

회사채금리가 하룻만에 1.55%포인트 상승, 92년 9월이후 5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16.05%를 기록한 것은 「금융공황」이 「산업공황」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조로 풀이된다. 금융계는 또 금리폭등을 사실상의 자금시장 마비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계기업의 추가도산을 시간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금리폭등은 은행, 종합금융회사 등 산업부문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금융기관이 「어느 기업도 믿을 수 없다. 일단 우리가 살고 보자」는 생존차원의 태업을 벌이면서 야기됐다. 한국은행은 자금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5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지원했지만 금융위기로 극도로 예민해진 금융기관의 금고를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금시장의 문제가 그동안의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에서 이제는 「신용부족」으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은 금융불신이 현대 삼성 LG그룹 등 3대 그룹까지 옮겨간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4일 자금시장에서는 삼성물산(500억원), 현대자동차(400억원), LG유통(10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LG유통만이 50억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삼성과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발행에 실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금융기관이 여신업무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시에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투매물량이 쏟아져나와 「블랙 먼데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4일 증시상황은 여러측면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34.79포인트나 떨어져 87년7월9일 이후 10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 증시에서 거래되는 912개 종목중 오른 종목은 6개에 그칠 만큼 거침없는 폭락세가 지속됐다. 이날 하오에는 하한가 종목이 속출하면서 주식거래가 사실상 중단돼 증시가 마비될 위기까지 맞았다.

증권 관계자들은 블랙먼데이가 현실로 다가오자 『현재도 견디기 어려운 위기국면이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24 블랙먼데이」는 IMF의 구제금융에 따라 국내경제가 갈 수 밖에 없는 가시밭길을 미리 반영한 것일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공황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는 투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달초 3조3,000억원대에 육박했던 고객예탁금은 3조원 밑으로 추락했고, 반면 신용융자잔고는 이달들어 2,000억여원이 늘어난 3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특히 주가가 폭락하면서 담보가 부족해진 신용물량이 「강제매물」로 대거 쏟아져 주가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 금융기관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자금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비축자금이 떨어지는 내년 2월께 무더기 도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심충보 투자전략실장은 『IMF구제금융을 받은 인도네시아 등이 초기에는 주가가 폭락했다는 선례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실명제 폐지 등의 극약처방이 없는 한 주가가 400선으로 밑으로 추가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다.<김동영·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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