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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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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국언론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들이 인도네시아 군인들에 의해 잔혹행위를 당하고 있는 동티모르인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도했다. 마스크쓴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피점령지인 동티모르의 여인들을 발가벗겨 나무에 매어 놓고 성폭행을 하는가 하면 임신으로 배가 불룩해 보이는 한 여인의 복부에 못질을 해댔다. ◆성폭행으로 기절했거나 죽은 것으로 보이는 다른 한 여인 나체에 페인트로 낙서하는 모습도 있었다. 도무지 사람이 사람에 대해 저지르는 행위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잔혹행위들이다. 한국은 주권을 뺏긴 후 점령자들로부터 엇비슷한 형벌을 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침략자가 저지르는 이런 비극을 짐작할 수 있는 처지다. ◆동티모르는 16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분할통치되어 오다가 1975년에야 식민지에서 풀려났으나 독립선언을 하기 전 이웃 인도네시아가 침략점령해 다시 동티모르의 비극이 싹트게 된 것이다. 오랜 식민지시대에 얽힌 동티모르의 비극을 국제사회가 일시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군에 의한 잔학행위는 분명히 국제사회가 끝을 내게 해야 한다. 91년에는 주민 2백여명이 군인에 의해 학살당한 소위 산타크루스시 사건이 있었고 95년에는 독립운동가의 가정을 찾아 백주테러를 하는 복면살인단사건이 있었다. ◆세계인권선언은 이같은 비인간적 잔학행위를 분명히 청산해야 할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정부가 이런 만행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다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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