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후보등록(26일)과 함께 시작되는 「열전 23일」을 이틀 앞둔 23일 이회창 한나라당, 김대중 국민회의, 이인제 국민신당후보와 긴급 회견을 갖고 대선필승 전략과 함께 최근 금융위기 등 경제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들어 보았다.◎이회창/“희망의 정치”/부실금융기관 정리 실명제 보완 경제난 타개/이인제 후보와는 관계회복 원해
―대선이 눈앞에 닥쳤습니다. 향후 선거전략의 주안점은 무엇입니까.
『3김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여망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제살리기 등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제시에 주력하겠습니다. 권역, 연령별로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하고 안정적인 국정수행능력과 민주적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국가장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해소시켜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의 금융위기 대처방안은 무엇입니까.
『정부조직을 즉각 경제위기 비상체제로 전환해 실추된 정부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각 경제주체들도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환율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외화유입을 촉진하는 한편 부실채권과 부실금융기관을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보완입니까, 폐지입니까.
『보완이죠. 실명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보완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본래 취지에서 이탈,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서 심지어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그것에 부응해 보완하자는 것이지요』
―경제위기해소책으로 재경원 기능 개편을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경원은 경제기획원의 기획기능과 재무부의 재무집행기능이 합쳐진 조직입니다. 그러나 기획기능은 낮아지고 집행기능은 보다 강해져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당정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지금 경제위기상황은 대통령이 우리 당에 있다 없다를 따질 계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당은 원내 1당으로서 정부와 철저히 협의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관철시킬 것은 관철시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 나갈 것입니다』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배경을 어떻게 분석합니까.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 당의 뜻과 능력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제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복안은 있습니까.
『경선불복과 탈당에는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인제 후보도 3김정치 청산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에 당을 함께했던 분인만큼 관계를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후보진영에서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재론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관계와 저의 진심을 밝혔습니다. 인신비방, 폭로 등 구시대 선거방식보다는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서 정정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원직 사퇴를 결심했습니까.
『시기는 확정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에서 김대중 후보의 병역, 건강문제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런 보고를 받은바 없습니다만, 김대중 후보의 병역문제는 그동안 국회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것입니다. 건강문제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기보다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사안 아닌가요…』
―큰 아들이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둘째 아들도 귀국한뒤 봉사활동을 하도록 할 생각은 없습니까.
『큰 아이도 그랬지만 어버이가 된 처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들의 의사결정에 맡겨야 하겠지요』<신효섭 기자>
◎김대중/“나라 살리기”/국정안정 능력·자신있어 한나라당 실정책임져야/지지율 3각구도 불변예상 지역감정조장 없어야
―내일이면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선거에 임하겠습니까.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하는 등 경제위기 상황이 우려됩니다. 경제를 포함해 나라 전체가 혼란하고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이번 선거는 나라를 살리는 선거가 돼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꿔 국민을 속이려 들게 아니라 현정권의 실정에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DJT 세사람은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할 능력과 자신이 있습니다』
―부도에 처한 국가경제가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탈출을 위한 처방은 무엇입니까.
『IMF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더 이상 대외신인도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시중은행의 외화차입을 정부가 보증하고 대규모 국제기업의 국내투자를 성사시켜야 합니다. 해외에 지면이 넓은 박태준 자민련총재에게 미국과 일본을 방문해 외화차입에 힘써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습니다』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만, 이회창 후보가 추격해 오는 추세입니다. 3자각축으로 진행돼 온 대선국면이 변화될 조짐이 있다고 봅니까.
『후보간 지지도가 다소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3각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DJT연대가 목적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설명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고 나눠먹기라는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DJT연대는 나눠먹기가 아니라 대등한 조건에서 공동정권을 수립하자는 것입니다. 5년간 공동집권을 하자는 것입니다. 국민이 원해 대통령임기 2년반만에 내각제를 하더라도 2년 정도면 나라의 기틀을 잡을 자신이 있습니다』
―지역감정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위 영남정서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도 막아야 합니다. 국민의식수준도 5년전과는 달라 이를 용납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지역감정은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타파되어야 합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영호남을 따지고 있을 것입니까. 영호남이 똘똘 뭉쳐도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합니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권, 강원지역 등 취약지를 공략할 수 있는 복안은 무엇입니까.
『해당 지역에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구도가 상대적으로 극복되면서 국민들은 부도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도탄에 빠진 국정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지도력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관리 태도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진정으로 중립을 지키겠다면 국민신당지원설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게 아니라 지역감정 조장발언이라든지 나에 대해 행해지고 있는 근거없는 건강문제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회창 후보의 YS차별화전략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후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후보가 3김청산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후보는 김대통령 아래서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냈고 집권당대표와 후보가 됐습니다. 김영삼정권의 2인자인 셈입니다.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선거전략상 필요하다고 해서, 당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사실이 바뀌겠습니까』<고태성 기자>
◎이인제/“새로운 미래”/돈·조직의존 안하고 3김정치 청산 이룰터/국민신당 현철씨 인맥 문제삼는 언론이 문제
―향후의 대선전략은 무엇입니까.
『이번 대선은 3김정치의 연장이냐, 새정치의 시작이냐를 가름하는 대결입니다. 세대교체와 3김청산을 주장하는 내가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과 비전을 계속 제시해 나갈 생각이며, 다른 후보들처럼 거대조직이나 자금에 의존하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입니까.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기업의 연쇄부도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거시경제 환경의 안정과 외환시장 안정을 통한 투자심리의 진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무기명 장기채를 발행해 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조속히 설치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를 가로막는 제도도 개선해야 합니다. 최근의 기업부도는 경쟁력이 없는 적자기업의 부도라기 보다 제2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에 따라 발생하고 있으므로 금융기관의 여신회수를 중단토록 조치하고 부족자금은 한은특융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일시적 등락에 크게 개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후보가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지지율 변화를 누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돈과 조직이 힘을 쓰는 선거에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경선이후에도 상대적 우위에 있었다면 이후보가 출마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지율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후보로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겁니다』
―여권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입니까.
『여권, 야권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3김시대 정치구도는 낡고 병들었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행동양식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여야는 똑같습니다』
―한나라당 민주계 인사들의 국민신당 합류가 더이상 난망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나는 계보에 무게를 두지 않는 사람입니다. 국민신당을 YS신당이라고 했지만, 그 사람들이야말로 YS본당 아닙니까…』
―국민신당에 아직도 김현철씨의 인맥이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것을 문제삼는 언론이 문제입니다. 실무자 몇명이 과거 현철씨와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한나라당이 우리보다 백배천배 더 있지 않습니까』
―DJ비자금설에 대해 처음 검찰수사 입장을 밝혔다가 최근에는 폭로의 불법성을 지적했는데 정확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DJ비자금 자체도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후 조사돼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고발에 활용된 자료가 어떻게 입수됐느냐는 것입니다. 수십 수백개 은행구좌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은 공권력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를 집중제기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애국심을 의심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자식을 군에 보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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