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 호텔에서 열린 독일 맥주축제(옥토버훼스트)때 있었던 이야기다.매년 그러하듯 옥토버훼스트는 푸짐한 정통 독일식 뷔페와 무제한 공급되는 생맥주 파티로 시작됐다. 올해도 역시 한국손님들은 독일음식으로 한국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소고기에 바닐라 소스를 얹어 먹는다든지, 사과에 미트소스를 친다든지. 아무러면 어떤가. 맛만 있으면 되지. 한국의 옥토버훼스트는 내가 본 세계 어느 나라의 옥토버훼스트보다 재미있다.
독일에서 온 생음악밴드가 음악을 연주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손에 든 맥주를 높이 쳐들며 기분을 내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에서 온 여가수는 요들송과 독일민요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금발인 가수가 풍만한 가슴을 번갈아 움직이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축제가 절정에 오르면서 팔씨름대회, 맥주 빨리마시기대회, 망치질대회 등이 벌어졌다. 여자 팔씨름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거구의 독일아가씨 클라우디아. 그녀는 바로 전 맥주 빨리마시기대회에서 우승하고 2관왕에 도전한 것. 클라우디아의 상대를 찾았으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정적을 뚫고 한 작은 여인이 무대를 향해 걸어왔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승부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에 계란 던지기 같군」
사회자가 이름을 물었고 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미스 최인데, 아무도 클라우디아의 상대를 할 것 같지 않아 나왔어요』 『미스 클라우디아의 몸집이 아주 큰데 겁나지 않아요?』 『물론 겁이 나죠. 하지만 한 번 해보자구요』
사회자의 두 선수 소개가 이어졌다. 『오른쪽은 185㎝ 90㎏의 독일의 미스 클라우디아, 왼쪽은 150㎝에 46㎏ 미스 최입니다』
드디어 두 여자가 자리를 잡고 팔씨름 동작을 취했다. 미스 최를 위해서는 팔꿈치 밑에 책 2권을 깔아주었다. 클라우디아는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관중석을 향해 뭐라고 외친 반면 미스 최는 조용했다.
『자, 이제 셋을 세면 시작하세요. 하나, 두울, 셋』 클라우디아가 미스 최의 팔을 단번에 꺾으려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 꼼짝도 안했다. 갑자기 클라우디아는 미스 최의 눈을 보는 순간 마지막 코스를 완주한 마라톤 선수처럼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미스 최는 가볍게 팔을 꺾어버렸다. 클라우디아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모두들 미스 최가 이긴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길 수 있었나요』 『사람들은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죠. 작고 힘없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습니까. 항상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지 마세요. 기 연마를 통한 마음자세가 중요한거죠』<르네상스 서울호텔 식음료이사·스페인인>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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