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서울대는 20일 유기정학 중에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 회장에 당선된 학생을 「학칙에 따라」 인정치 않기로 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정병도(22·조선해양공학과4)씨는 지난달 외부집회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학생회관 창문유리를 깨뜨려 3개월 유기정학을 받았다. 정씨는 또 총학생회장 규정학점에도 미달하고 한총련 대의원으로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들은 정씨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14일 「인정불가」방침을 정했다. 「학생자격이 정지된 자」를 학생대표로 인정하는 것은 대학당국이 스스로 학칙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일 학장회의에서 불인정 방침이 최종확정되기까지 일주일동안 서울대 관계자들은 학생에게 학칙을 적용하는 일이 「쉽고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해야했다. 군부독재시절에도 학점미달 등의 결격사유를 들어 학생회장을 거부한 전례가 없는데다 학생들이 학원자치권과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서 학생회장 당선자를 비토한 경우가 없는 것도 부담이 됐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학칙준수와 교권확립 의지는 확고했지만 관행과 현실에 대한 고려로 고민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측은 사문화한 규정을 끄집어내 학생들이 스스로 선출한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총장불신임 투표를 벌일 수도 있다고 크게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절 「차마」적용치 못했던 학칙을 이제 적용하는 것이 「현실」을 무시한 것일까. 학교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고민하는데 학생들은 「관행」을 이유로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대의 결정은 어려웠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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