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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불 사나이’ 꿈이 아니다/인공장기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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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불 사나이’ 꿈이 아니다/인공장기개발 어디까지 왔나

입력
199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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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신장·췌장·간·관절… 이미 개발돼 임상서 사용되는 장기들/의학과 재료·전기·기계공학이 결합한 인공장기가 21세기 신산업으로 떠오른다현대의학이 정복해야 할 「고지」 중의 하나인 인공장기 개발을 위해 선진 각 국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의료계의 노력도 활발하다. 인공장기란 약물이나 그밖의 의학적 방법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인체 장기 기능의 일부 혹은 전부를 대체하거나 보조해 주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이런 최후의 치료수단으로 개발된 기계적, 생물공학적 대체물은 매우 다양하다.

근시교정에 쓰이는 안경은 신체 외부에서 인체기능을 보조하는 간단한 인공장기물(prosthesis)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체 내장 기관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이식형 인공장기도 출현했다. 지금까지 개발돼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인공장기에는 인공췌장, 인공심장, 인공심박동기, 인공신장, 인공간, 인공뼈 및 관절, 인공심폐기, 인공귀, 인공혈관, 인공심장판막, 인공식도 등이 있다.

인공심박동기가 개발되기 전에는 수백만명의 환자들이 멀쩡한 심장을 갖고도, 단지 심장내의 전기신호 전달이 잘 안돼 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젠 간단한 수술로 완전한 정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인공장기의 공헌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2차대전 직후 개발된 인공신장은 현재 가장 보편화한 인공장기이다. 혈액을 기계적인 외부 필터로 여과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최근 기계적 인공신장 외에 가느다란 관안에 신장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생물학적 인공신장을 만들려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배양된 세포가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하는 등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다.

심장은 인체 내장 기관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지녔다. 심장을 인공장기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는 신속히 진행돼 왔다. 84년에는 공기압을 이용한 인공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인공심장은 커다란 구동장치가 요구되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전동기를 이용한 소형 구동장치가 개발돼 완전이식이 가능한 인공심장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과 텍사스 심장연구소는 2002년 인체 이식을 목표로 현재 생체 실험을 진행중이다.

원숭이나 돼지와 같은 동물의 장기를 유전공학적으로 형질을 변환,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영국의 PPL Therapeutics사는 유전공학적 생체 인공장기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인공심장의 경우 현재 기계적 인공심장은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이식형 심실보조장치, 완전이식형 인공심장, 체외형 인공심장 등 다양한 형태가 개발돼 임상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이식형 심실보조장치는 2년이상 환자가 생존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반면 동물의 심장을 유전공학적으로 형질 전환한 생체 인공심장은 아직까지 생존기록이 10여일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2050년 이후에나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적 인공심장은 21세기 전반부에 활발한 임상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간은 초기에는 다른 동물의 간이나 간조직을 이용, 혈액의 해독작용을 가능케 하는 시도가 이뤄졌으나 면역반응 등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고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혈액과의 접촉면을 더 넓힐 수 있는 막형태의 인공간이 개발됐다. 인공간은 혈액내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가 막과 접촉하면서 생기는 손상을 줄이고 혈장 성분만을 투과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혈장내의 빌리루빈 대사물 뿐아니라 병든 간을 재생할 수 있는 간 대사 능력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간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장치와 혈액여과 장치가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인공간이 등장했다. 최근 이를 임상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져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면역학적 부작용이 없도록 간세포를 배양하는 기술과 장기간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중요 난제로 남아 있다.

인공췌장은 단순한 인슐린 펌프의 형태를 벗어나 생체 인공장기 형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 경우도 타인이나 다른 동물의 췌장세포를 배양, 여기서 분비되는 인슐린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췌장세포를 분리하는 어려움과 생체 거부감 등의 문제가 있다.

인공관절은 비교적 만들기 쉬워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무릎, 엉치뼈, 어깨, 치아 등 각종 인공관절이 개발돼 있다. 인공관절은 뼈나 관절의 기하학적인 모양이 생체내 이식 적합성을 좌우하게 된다. 인공관절을 장기간 이식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식이나 인체 세포와의 부적합성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부분의 인공장기는 기계적 혹은 전자공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생체장기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즉 인공장기분야는 기계공학, 전자공학, 그리고 재료공학의 복합과학적 성격을 띠며, 의학과도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하는 학문 영역이다. 국내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소 재활공학연구소 등에서 인공심장, 인공피부, 인공혈관, 인공뼈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ATS사는 최근 조직공학적으로 개발한 인공피부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인공피부는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 가장 좋은 임상 결과를 보여 차세대 인공피부로 각광받고 있다. 또 인공심장을 비롯한 많은 인공장기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만들어져 전세계 의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인공장기 산업은 21세기를 주도할 사업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인공장기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 일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장기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반도체, 통신, 자동차산업 등에 비해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인공장기 기술이 20여종의 혈액 및 면역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약물 치료가 어려운 고콜레스테롤증의 경우 인공신장과 같은 방법의 펌프 및 투과막 기술을 이용, 콜레스테롤을 걸러주는 기술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또 각종 면역성 질환에 관련된 성분을 선택적으로 여과시켜 정상상태로 유지해주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선진국의 최신 기술을 따라잡아야만 산업경쟁력이 유지되는 세계적 추세에서 인공장기와 같은 신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인공심장이 상품화할 2000년대 초반 인공심장 한개의 예상가격은 10만달러이다. 이는 최고급 승용차인 독일의 벤츠자동차 2대 가격에 해당한다. 2000년대 초반 우리가 벤츠와 같은 자동차를 제작해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인공심장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해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민병구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과장>

◎국내 인공심장 개발현황과 미래/보조심장­임상적용 직전단계/완전심장­2007년쯤 상용화

인공심장은 우리 몸의 심장이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병이 들었을 때 그 기능을 대체해 주는 인공적인 기계장치이다. 자연심장은 그대로 둔 채 그 기능을 도와줄 목적으로 설치되는 보조인공심장과 자연심장을 기능적, 해부학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완전인공심장 등 두 종류가 있다.

보조인공심장은 심장수술 후 쇼크가 오거나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자연심장이 회복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최근 서울의 모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외국에서 개발된 보조인공심장을 설치, 주목받은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몇몇 병원이 외국제품에 상응하거나 보다 우수한 기능을 가진 보조인공심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에서 개발중인 전기유압식 보조인공심장은 동물실험에서 2주 이상의 장기 생존기록을 보이는 등 임상적용 직전의 최종 실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완전인공심장은 환자가 수술 후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기구동형 인공심장의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개발중인 소형 인공심장 역시 전기식이다. 그러나 전기식 인공심장은 여러 가지 까다로운 개발조건 때문에 완벽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몇차례 고비가 남아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에서도 21세기를 목표로 완전인공심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향후 5년내에 임상 전단계 실험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한국형 인공심장의 형태, 작동방식, 재질 등을 많이 개선하고 있다. 완전인공심장의 실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연구 시작 만 50년이 되는 2007년까지는 제품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흉부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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