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험·컴퓨터 교육받아/아들이름 「남조선혁명」 줄여 남혁/남파후 한달여 전국돌며 적응훈련/지난 9월 구로동 월셋방 얻어 “정착”부부간첩 최정남·강연정은 70년대 후반부터 당시 대남담당 비서였던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선발, 훈련된 이른바 「새세대 공작원」의 일원이다. 이들이 공작원 훈련을 받고 남파돼 활동하다 검거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한다.
▷공작원 훈련◁
62년 평북 의주 출생인 최정남은 84년 사리원대 4년 재학중 공작원으로 선발돼 이 해 9월부터 3년간 조선노동당 중앙위직속 정치학교에서 기초훈련을 받았다. 최정남은 이후 평양시내 순안초대소에서 남한 교과서, 우리말대사전, 시사용어집, 주간지, 교통안내서 등의 책자와 남한 TV프로그램을 보며 「이남화교육」을 거쳤다.
69년 평양 출생인 강연정은 86년 봉학고등중학교 졸업후 노동당 사회문화부 공작원으로 소환돼 순안초대소 등에서 최정남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90년 11월 담당지도원의 지시로 결혼, 부부공작조로 편성된 뒤 해외적응훈련을 받았다. 94년부터 3차례 중국 베이징(북경) 옌지(연길) 등을 여행하며 자본주의 경제를 경험했고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베이징에서 컴퓨터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들은 「남조선혁명」을 줄여 작명한 아들 최남혁(5)을 두고 있다.
▷침투과정◁
이들 부부간첩은 7월30일 하오 7시 평남 남포항에서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선에 승선, 중간에 반잠수정을 갈아타고 8월2일 경남 거제도 해금강해안에 상륙했다. 이들은 출발전 권총 2정과 실탄 1백20발, 독총, 독침·독약앰풀 각 4개, 무전기 4대, 난수표 등 통신조직 2조, 국내 실제인물 명의를 도용한 주민등록증 4장, 위조 경찰관 신분증 1장, 4백여만원의 공작금 등을 지급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경주 불국사 인근 민속공예촌에 드보크를 설치, 권총·실탄 등 주요 공작장비를 보관하고 한달동안 전국 각지를 돌면서 적응훈련을 한뒤 9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조주태」란 이름으로 월 20만원의 월셋방을 얻어 정착했다.
▷공작활동◁
부부간첩은 9월10일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문화연구소」로 찾아가 접선, 북한측이 고교수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한 사실 등을 알려주었다. 이들은 또 서울지하철공사 동작설비분소장 심정웅씨를 통해 지하철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독자적인 대북통신망을 구축, 침투이후 대북보고 4회, 지령수신 2회 등 6차례에 걸쳐 북한과 통신연락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
부부간첩은 지난달 21일 전국연합산하 울산연합 간부 정모씨에게 『북한에서 왔다』고 접근했다. 이들은 27일 정씨와 만나기로 한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으로 갔다가 정씨의 신고를 받고 대기중이던 수사관들에게 검거됐다. 강연정은 그러나 검거 이튿날 신체 은밀한 곳에 숨겨둔 독약앰풀을 먹고 자살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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