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의 불똥이 군비 삭감으로 튀었다. 동남아국가들은 땅에 떨어진 국가신용도와 통화가치를 높이기 위해 몇년내 군비를 대폭 삭감하고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의 무기 구매를 크게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미 예정된 미국과 유럽의 무기구매를 연기했다. 태국은 7월이후 바트화가 40%나 평가절하되자 미국과의 2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무기구매를 보류했다. 42억달러에 이르는 올 군사예산도 30%나 줄였다. 말레이시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에서의 무기구매를 보류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고도 성장을 구가했던 동남아의 「호랑이」경제가 위기로 치닫자 이들 국가들은 앞다투어 군사예산을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남아국가들의 군부는 군비삭감이 국방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태국군 총사령관 몽콘 암포른피싯 장군은 『군비삭감은 군의 전투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군비삭감은 동남아 군부로 하여금 군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인근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달 동남아국가연합(ASEAN) 사무총장에 오를 로돌포 세버리노 필리핀외무차관은 『ASEAN회원국들은 상호신뢰와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개 ASEAN 회원국들은 군비 절감을 위해 일반적인 무기는 공동 구매키로 했다. 동남아 경제위기가 역기능만 낳지 않고 군비삭감을 통해 이 지역의 군사협력과 유대를 강화시키는 순기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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