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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족 보전 급하다/이병훈 전북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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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족 보전 급하다/이병훈 전북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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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작물·양서류 등 멸종위기 심각/기초연구투자 없어 원인분석조차 막막온 국민의 관심이 대선과 월드컵축구 그리고 경기하락에 집중되고 있는 지금 사라져가는 동물과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한가한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후보토론회에서 환경문제가 뒷전인 현시점에서 이 순간에도 많은 동물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엔 약 160만종의 생물이 보고되어 있고 한반도엔 약 2만8,000종의 생물이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남한에서 호랑이 크낙새 장수하늘소 흑두루미와 한난 광릉요강꽃 등 42종이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있고 맹꽁이 물개 올빼미 미선나무 등 141종이 보호 야생동식물로 분류되어 모두 183종이 특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달 9일 생물다양성 국가전략공청회에서 있은 한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식용작물 2만여품종 가운데 지난 10년간 약 70%가 야생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 우리나라의 개구리 도룡농 등의 양서류 14종도 60%가 이미 사라졌거나 멸종위기에 있다. 이러한 양서류 감소를 우리는 외래 종인 황소개구리의 창궐(?)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있었던 생물다양성회의에서 스탠퍼드대학의 무니 박사는 이러한 양서류 감소는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이러한 양서류 감소에 바이러스와 원생동물이 관계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현재 어떠한 환경요인과 스트레스가 이러한 병원체의 만연을 유발하는가를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최근에 있었던 한국 곤충학회 주최 「멸종위기의 곤충과 대책」심포지엄에서는 길앞잡이과 곤충이 지난 10여년간 약 3분의 1이 줄었고 우리나라 외래성 곤충 약 100종 가운데 약 30종이 해충으로 토종생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울릉도에서 거의 사라지고 있는 울도하늘소의 인공번식을 위해 국내 한 연구소가 노력한 결과 드디어 대량사육에 성공해 야생 방사준비를 계획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어쨌든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술레박사는 국내를 돌아본 다음 한국에는 토끼정도 이상의 동물이 살기는 어렵겠다고 진단해 충격을 주었다. 이것은 국토개발과 지역소득증대의 명목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산지개발, 해안간척지 조성 그리고 도로확장을 해 녹지와 산림이 줄고 또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현재 학자들은 앞으로 50년 안에 지구상 생물종의 4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92년에 생물다양성 협약이 체결되고 나라마다 종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 그리고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물종이 4분의 1밖에 밝혀지지 않은데다 그나마 보고된 2만8,000여종 가운데 과연 얼마만큼이 어느정도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개구리 감소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분류·생태뿐 아니라 DNA분자 생물학까지 동원되고 있다. 다시말해 생물종 보전에는 기초조사와 연구가 다양하게 선행되어 축적된 정보가 있어야 원인을 알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초자료가 너무나 없는데 이는 경제성 위주의 연구에만 투자가 이뤄진 반면 생물종에 대한 기초연구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국토를 금수강산이라 찬양했지만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는 중심기관이 없다. OECD국가중 유일하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생물표본이 구미 동구 일본 등에 반출된 표본수는 250만점이 넘고 그래서 우리와 우리 후손은 한국산 생물을 보고 연구하기위해 런던 파리 워싱턴 부다페스트에까지 가야한다. 그나마 학계의 끈질긴 건의와 주장으로 문체부가 95년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완공은 2020년 이다. 아마 국내 생물종의 약 25%가 그안에 사라지고 말 것이므로 그 계획은 한갖 시늉에 불과하다.

우리는 미국의 엘 고어 부통령이 최근 타임지에서 『지구환경의 보호와 보전을 위해 국가, 가족 그리고 개인이 각각의 역할을 다 해야한다. 우리의 환경에 대한 우리의 보호와 약속을 실천하고 올바르게 가르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연이라는 선물을 되돌려 받을 뿐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해야겠다. 우리는 「균형속의 지구(Earth in the Balance)」라는 책을 낸 엘 고어와 같은 환경부통령까지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야흐로 삶의 질의 시대인 21세기를 앞두고 생물다양성보전의 기초가 이처럼 지리멸렬한 이 시점에서 자연보전의 위기를 구할 환경친화적 대선주자를 아쉬워하고 있다.<한국생물다양성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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