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금융위기로 ‘시장개방’ 난관/투자·무역자유화 세부일정 등 싸고/집안단속에 급급 합의도출 어려워19∼2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89년 창설이래 가장 험악하고 적대적인 분위기속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표면상 이번 회의는 94년 인도네시아의 「보고르 선언」에서 초안했던 무역·투자 자유화의 세부일정을 확정, 명실상부 아·태지역을 세계시장 자유화의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폭풍처럼 밀어닥친 동남아 외환·금융위기로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급속히 진행되는 개방여파로 연쇄파탄을 맞는 상황에서 각국은 추가 시장개방은 커녕 집안단속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택된 의제를 보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의제인 무역·투자자유화 부문에서 18개 회원국들은 2020년을 연내 무역자유화 시한으로 하고, 이중 조기자유화가 가능한 몇개 분야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자유화부문으로 5∼10개를 제안한 반면 개도국들은 3∼5개로 시범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또 개방분야에서도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금융위기를 통해 돌출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안도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12개국 차관급회의(18∼19일)에서 AMF 창설 조정작업이 진행중이고, APEC에서도 정식의제로 다뤄지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력약화를 우려한 미국측은 여전히 『이중창구로 인한 혼란』을 내세워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주도의 IMF에서 독립,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일본을 경계한 조치라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25일 채택될 APEC 정상 공동선언 초안에서 『지역통화시장의 격동성을 주시하고 협조대응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는 식의 지극히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타결시한이 12월12일로 잡혀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협상도 앞으로 예상되는 각국의 거래규제 강화로 오히려 「역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고, 다음달 일본 교토(경도)에서 열리는 기후협약을 앞두고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환경분야도 핵심쟁점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그으리라는 분석이다.
한때 세계자유무역의 선도자역할을 자임하며 「잘나갔던」 동남아시장이 불과 몇달사이에 세계경제의 「미운오리 새끼」로 추락했다는 것을 이번 APEC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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