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국가의 신비 베일을 벗기다/2차대전·중침공 소용돌이 역사속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 생생히 기록/최근 영화로 재부각하인리히 하러.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인으로 스키선수이자 산악인. 대학생때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등정했고 1939년 히말라야 낭가-파라바트 원정대원으로 정찰하던중 2차대전이 터져 인도의 영국군 포로수용소에 억류됐다가 5번의 시도끝에 44년 티베트로 탈출했다. 이후 50년 10월 중국군의 티베트 침공으로 다시 인도로 탈출할 때까지의 체험을 「티베트에서의 7년」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신비한 나라 티베트의 문화와 전통을 서구에 소개한 기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근 할리우드에서 장 자크 아노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 다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하러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나오는 것과 달리 나는 결코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내가 서른둘이던 1944년 달라이 라마가 11살때 처음 그를 만났습니다. 티베트 수도 라사의 포탈라궁에 살고 있었지요. 그는 놀이상대가 없었고 형제들만 방문이 허용됐습니다. 그는 망원경으로 바깥 세상을 내다보곤 했지요.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당시 보통사람의 자유로운 삶이 부러웠다고 하더군요. 그가 달라이 라마가 아니었다면 아마 개구장이로 컸을 겁니다. 우리는 함께 지리와 사진찍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시계를 분해해 속을 살펴보곤 했지요. 영화도 좋아했습니다. 특히 맥아더 장군을 좋아해 그가 일본인들로부터 항복문서를 받는 필름을 인상깊게 보더군요. 바닥에 같이 앉아 관람한 「헨리 4세」에는 후일 그의 인생역정을 시사하는 대사가 나와 인상적이었습니다. 「왕관 쓴 머리에는 고난이 따르도다」라는…』
이화여대 강사 박계수씨 번역으로 나온 이 책은 당시 유일한 신정국가였던 티베트의 현실과 문화와 자연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내와 자녀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에서 거대한 히말라야의 대자연에 매료되고 2년동안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산악지역을 헤맨 끝에 라사에 도착하는 과정이 극적이다.
하러는 학생시절에 이미 스벤 헤딘이 쓴 유명한 티베트여행기를 읽고 그의 강의를 듣는 등 티베트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당시의 통념은 『신왕이 통치하고 승려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라』라는 식의 신비적인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여든다섯의 하러는 「티베트에서의 7년」 촬영도중 나치친위대(SS) 대원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히틀러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황금가지 발행, 1·2권 각권 6,5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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