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지표 동반붕괴 불러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이 「늑장」을 부리면서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환율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거래가 중단됐고 주가는 500선이하로 곤두박질쳤으며 금리는 연중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원화가치(환율) 주식가치(주가) 채권가치(금리) 등 3대 금융지표가 함께 무너지는 「트리플붕괴」(환율 금리는 상승)사태가 연출된 것이다.
17일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달러당 985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하다 하오장 개장후 폭등하기 시작, 하오 2시10분께 상승제한폭인 달러당 1,008원60전까지 치솟았다. 이후 외환시장은 거래가 중단됐다.
환율붕락속에 주가는 폭락을 거듭, 하오들어 500선을 붕괴시키며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39포인트나 하락한 496.98에 마감됐고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전날보다 0.1% 포인트 오른 연 13.40%, 기업어음(CP)유통수익률은 연 16.88%까지 상승한 가운데 사실상 거래자체가 중단되는 양상을 보였다.
환율이 이처럼 일시에 폭등한 이유는 외환당국의 개입포기 때문이다. 주초 수입결제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린데다 달러부도위기에 직면한 종금사와 은행들이 무차별적 달러매입에 나서면서 당국의 저지선을 일순간에 붕괴시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더이상 이런 식으로 외환보유고를 써가며 환율을 방어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사실상 「개입포기」를 선언했다. 외환보유고는 현재 300억달러한참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율불안에 따른 외국인투자자들의 추가이탈 가능성과 금융시장 전체의 공멸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주가도 결국 열흘만에 500선을 무너뜨렸다. 은행과 종금사들이 달러를 사기 위해 원화를 집중적으로 조달하면서 금융권에는 자금부족현상이 심화, 금리마저 폭등세가 그치지를 않고 있다. 한은은 환매채(RP)매입 등을 통해 계속 돈을 풀고 있지만 종금사들의 원화차입→달러매입→중앙은행환수과정을 거치면서 바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은 그동안 「기조적 안정」의 희망을 던져줬던 환율과 주가의 저지선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당국이 「버틸 능력이 없음」을 자인했듯이 이제 환율상승은 어떤 힘으로도 브레이크가 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계는 이런 시장파괴상황에서도 정부가 대책발표를 미루는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한 외환시장 관계자의 말을 빌어 『재경원이 시장상황을 악화시켜 금융개혁법안처리를 밀어붙이기 위해 시장에서 손을 땠다』고 보도했다. 재경원은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시장에선 『한은과 재경원간 갈등으로 외환시장은 며칠째 매끄럽지 않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같은 당국에 대한 불신이 시장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금융개혁법안이 재경원과 한은에겐 중요할 지 몰라도 시장의 관심사는 아니다』며 『붕괴하는 금융시장은 법률의 국회통과를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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