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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과 대학이 할 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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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과 대학이 할 일(사설)

입력
1997.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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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시된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선거에서 운동권이 퇴조하고 비운동권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학생운동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7일까지 선거가 완료된 40개 대학 중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당선된 곳이 65%인 26개교로 집계됐다. 또 상당수의 대학이 아예 선거를 치르지 않거나 연기했는데, 그 이유는 운동권 퇴조로 인한 후보부족과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운동권퇴조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일반학생들과 유리된채 친북활동과 이념투쟁에 치중해온 학생운동조직은 6월에 발생한 한총련의 시민상해치사사건과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검·경의 단속을 계기로 뚜렷한 쇠퇴양상을 보여왔다. 가입대학이 206개교에서 30개교로 줄어들어 한총련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므로 총학생회장선거는 98년 학생운동의 판도변화, 새로운 조직체의 출현여부로 관심을 끌어 왔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어서 이른바 「선거투쟁」의 양상도 주목되고 있다.

학생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종전과 같은 폭력·이념지향으로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냉철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설정을 할 수 있어야만 학생운동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총학생회장들의 이념성향과 자격을 따져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생운동의 학생화 비폭력화 건전화는 학내외에서 한결같이 요구하는 과제이다. 그것은 학생들 자신의 노력과 대학당국의 지도가 병행돼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의 지도노력은 여전히 부족하거나 미미하다.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학생회간부의 자격기준이 없는 대학이 아직도 있다. 한총련사태이후 교육부가 권장한대로 학칙 등을 고쳐 총학생회간부의 자격요건으로 최저성적기준이나마 규정한 대학은 전체의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생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학생운동의 중심인 한 대학에서는 내년 2월말까지 정학처분을 받은 교내기물 파손자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자 인정여부를 놓고 회의를 벌였으나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은 학생운동의 물꼬를 돌리기 위해서라도 학생회간부의 자격기준을 명시하고 이에 맞춰 학사·학점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학생운동은 궁극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 교육부가 제시한 성적기준은 각 대학의 학점관리실태로 미루어 볼 때 그리 높은 기준도 아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 학생운동이 이념과잉단계를 지나 직면하고 있는 위험은 상업화이다. 캠퍼스를 오염시키는 상업화의 물결까지 막아낼 수 있어야 학생운동의 건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도 대학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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