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행된 한국어 입문서 중에 「한글은 어렵지 않다」가 있다. 그렇다. 한글은 쉽고 과학적이다. 그러나 일본어는 우리에게 쉽지 않다. 그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인이 하나의 한자를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게 읽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한일문학심포지엄에서 일본의 한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차이점을 양국의 정신과 관련짓고 있어 흥미롭다. 가라타니 고진(병곡행인·56)은 중국에서 한자를 받아들일 때 한국은 음독만 하고 훈(한국어)으로는 읽지 않았는데, 일본은 음뿐 아니라 훈(일본어)으로도 읽었던 점을 지적했다. ◆한자수용에서 한국은 확고한 주체와 원리적인 축이 있었지만 일본은 주체성을 갖지 못함으로써 분열증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현재도 정신과 문화상의 큰 차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신문은 이 부분을 다루면서 그의 견해가 「자극적」이라고 평했다. 일본 문학평론가로서는 유일하게 평론집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이 번역소개된 그는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다. ◆일본의 학자나 정치인, 언론 등이 논평을 저어하는 부분 중의 하나로 그들의 왕제(천황제)가 있다. 가라타니는 지난 6월에도 방한, 김우창 고려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합리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신비화할 것이 아니라 천황 자신의 의견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천황제가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용기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견해가 우리의 구미에 맞아서가 아니라, 보편성 있는 지성의 힘으로 한일 양국민의 경직된 사고를 바꾸어 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 바탕 위에 일본대중문화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다가오는 세기에 맞는 문화관계를 일궈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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