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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산업’ 준비하자/이대실(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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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산업’ 준비하자/이대실(전문가 진단)

입력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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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기술분쟁 21세기 피할 수 없는 현안/선진국선 벌써 독점눈독 체계적 대책 서두를때지난 10일 유네스코 총회는 제2의 인권선언문을 채택, 전세계에 공표했다. 이 인권선언문 초안작성을 위해 7월말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 83개국 정부대표가 모인 자리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한 나는 그 진행과정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간유전체(Human Genome)와 세계인권선언」이라는 이름의 이 선언의 배경은 범세계적으로 인간 뿐만 아니라 여타의 생물 유전체연구가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과학의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윤리적인 기준을 설정하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생물유전체의 유전정보와 기술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집단이기적인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개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유전체 연구가 무엇이길래 그토록 인권선언까지 해야 하는가. 인간 유전체는 인간이 자연에서부터 부여받은 모든 유전형질의 집합체이다. 이 집합체는 DNA라는 이중나선형 물질로서 그안에 A C G T의 네개 염기(문자)로 조합을 이룬 생물유전정보집합체이다. 다시 말해 인간유전체는 인간의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인간을 형성하는 모든 유전정보의 문자는 대략 30억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 유전체연구」는 이 염기서열을 순차적으로 해독하자는 연구이다. 이미 94년에 1차 물리지도가 작성되었고, 이제 본격적인 염기서열을 결정해가고 있어서 2004년에는 인간의 설계도가 완성될 것이다. 이어서 인간의 유전정보 규명은 「유전자 치료」같은 새로운 의술을 개발하여 모든 유전병을 원천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산업적으로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인슐린이나 인터페론같은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여 신약개발의 획기적인 장을 열도록 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21세기의 의료산업과 생물산업이 유전체의 정보로부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인간유전체 연구」는 인류의 보건복지 증진과 함께 혁신적인 생명공학과 생물산업의 장을 마련할 것이 분명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 자체가 인간의 의지에 따라 조작내지는 조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유전정보는 과학현장이나 병원 뿐아니라 일반생활에서까지 통용되는 생활정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유전정보의 활용범위와 생물의 변이속도에 대한 기준설정은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가치기준으로 부상할 것이다. 한편으로 유전정보가 바로 산업정보에 해당함으로써 그 지적소유권에 대한 인정수위와 그에 대한 산업활용의 범위도 관심사항이다. 모든 것을 인정한다면 0.1%정도 밖에 유전정보를 산출할 능력이 없는 우리 현실로서는 21세기의 생명과학과 생물산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유전체연구에 대한 진행과 미래 파급효과를 감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인권선언문 초안작성 과정에서 기술선진국과 저개발국간에 첨예하게 대립한 내용은 「인간 유전체가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1차 선언문 초안의 첫 문장이었다. 그 이유는 선언적인 의미이지만 「인류 공동유산」이라고 천명되면 선진국에서 천문학적인 연구비투자로 얻은 유전체정보와 생명공학기술을 인류 공영측면에서 나누어 주어야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술선진국은 과학자와 국제법률가들을 동원하여 「공동유산」이라는 문구가 국제 지적소유권 규약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21세기 생물산업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독점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보인 것이다. 결국 중도적 표현인 「상징적 의미의 인류유산」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양측의 이견을 절충하는 선에서 종결되었다. 이것은 기술선진국에서 유전체 연구를 통하여 얻어내는 유전정보와 과학기술이 21세기 산업구조에서 핵심적인 산업정보이자 산업기술임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기술선진국은 인간존엄성과 인권을 옹호하는 차원의 제2의 세계인권선언 작성보다는 자국의 이해득실을 더 따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우리는 21세기에 접어들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와 연계하여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생명과학과 관련된 여러 현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우리의 실효적인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지구환경과 생물다양성, 탄산가스 배출기준과 생물산업 육성, 유전체 정보활용에 대한 윤리기준과 지적소유권 등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현안들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명과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국제법률전문가가 시급히 필요하다.<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연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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