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 13%대 치솟자 자금시장 가수요 심화/고금리 무릅쓰고 ‘은밀한 돈’ 확보나서이달들어 환율이 치솟고 실세금리가 13%대로 폭등하자 자금시장에 가수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들의 사모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사모 회사채란 일반 공개경쟁으로 발행하는 공모 회사채와는 달리 발행기업과 금융기관의 개별협상을 통해 발행하는 회사채. 공모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발행사실조차 비밀에 붙여져 기업들이 은밀하게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이용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초 H그룹계열 유통업체가 사모 회사채를 발행, A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국내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사모 회사채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월 이후 30대 그룹 대부분이 은행이나 보험사들과 개별계약을 맺고 사모 회사채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업계관행상 사모 회사채는 발행 사실 조차 비밀에 붙혀져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10월이후 발행규모가 급증, 공모 회사채(월 1조원)와 비슷한 월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사모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원인을 실세금리가 폭등하면서 기업들 사이에 퍼진 자금 가수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D증권 관계자는 『금융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체마다 자금확보 경쟁이 일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은밀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모 회사채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모 회사채의 경우 공모 회사채보다 0.5%포인트가량의 추가금리를 부담해야 하지만 재무제표상에 금융부채로 잡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후발 시중은행에서는 신탁계정에서 사모 회사채를 매입할 경우 「유가증권투자」로 분류돼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회피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한 편법대출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후발은행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가산금리와 함께 담보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사모 회사채를 매입하고 있다』며 『이는 형식상으로는 회사채 매매거래지만 실제로는 편법적인 기업대출』이라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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