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측은 16일 김대중 총재의 일정을 정리한 이색적인 자료 하나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김총재는 지난 5월19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돼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한 후 지난 11일까지 176일동안 모두 1만7,600㎞를 이동했다. 지구를 반바퀴 돈 것에 해당하는 거리다. 김총재는 국내에서는 부산 대구 대전 강릉 춘천 등 25개 지역을 1∼5차례 방문하면서 1만4,400㎞를 움직였다.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대전(5회), 대구(4회), 부산(3회) 순으로 취약지 방문에 주력한 것을 알 수 있다. 해외로는 일본 방문이 유일한데 9월28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 한―일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거리는 3,200㎞였다.김총재가 지구 반바퀴를 돌면서 만난 사람들은 줄잡아 6만4,400명이라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이것은 김총재가 그동안 공식적인 것만 모두 397회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하루평균 340명을 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일정가운데에는 간담회와 초청강연회, 외부인사 면담 및 주요정책발표회 등이 포함돼 있다.
국민회의측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자료를 슬그머니 내놓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김총재의 건강을 입증,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회의측은 최근 TV토론회에서, 또는 상대후보로부터 제기된 김총재의 건강상 의문점을 일축하면서도 국민들이 속시원히 납득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부심해 왔다. 김총재가 13일 열린 TV토론회에서 일정이 깨알같이 적힌 수첩을 꺼내 보이며 『저를 따라다녀 보십시오』라고 「증거제시」를 시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