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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극성에 울고 웃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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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극성에 울고 웃는 산업

입력
199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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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뭄·산불따른 농업·관광업 등 큰 피해/복구사업 관련 제조·보험업은 되레 희색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등 남태평양지역에서는 가뭄이나 산불이 일어난다. 남미 페루연안에서는 폭우가 내리는 등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상변화에 따라 농산물 흉작이나 어획량 감소, 가옥 및 도로유실 등 경제적 손실이 이어진다. 희귀생물 멸종, 생태계 변화, 전염병 창궐 등 무형적 손실도 엄청나다.

엘니뇨가 심해지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때로는 투기세력까지 개입해 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 한다. 반대로 엘니뇨 피해지역의 복구 등과 관련된 산업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내년에는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엘니뇨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페루지역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유실되고 해수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해 평소 많이 잡히던 멸치 등의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반면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는 가뭄과 산불이 일어난다. 필리핀의 경우 줄어든 강수량때문에 수력발전량도 줄어 산업생산이 큰 차질을 빚기도 한다. 엘니뇨는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멕시코 페루 등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쳐 국제 농산물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큰 폭의 가격상승을 유발한다.

호주 자원경제국은 97, 98년도 소맥생산이 지난해보다 30%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고 필리핀의 한 농업개발정책연구소는 98년 상반기중 필리핀의 쌀생산량이 평소보다 1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97, 98년도 커피 생산량이 20∼ 25%, 코코아가 10%정도 줄 것으로 전망했고 미국도 옥수수 생산량이 30%정도 줄 것으로 보고있다.

코코아의 경우 엘니뇨 현상에 따른 생산 둔화를 예상한 투기세력이 개입하면서 올해 6월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엘니뇨가 세계 제1의 코코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둔화하기도했다.

최대 마약 생산국인 콜롬비아에 폭우가 내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전세계 마약가격이 들먹인다는 보고도 있다. 캐나다는 온난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로키산맥에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 운영이 어려워져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고있다.

엘니뇨로 인해 호황을 맞는 업자들도 있다. 침수를 막는데 사용되는 모래자루(샌드백) 제조업자들과 보험사, 피해지역 복구에 투입되는 지붕 제조업자 등이다. 캘리포니아지역의 샌드백 제조업자들은 올해 평소보다 무려 5배가 넘는 주문이 쇄도해 탄성을 지르고 보험사와 지붕 제조업자들도 엘니뇨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조재우 기자>

◎기상정보 획득은 또다른 경제전쟁/단순 일기예보수준 아닌 중장기적 기상대책 필요

정부당국은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위치상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 엘니뇨가 15년만에 최악의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예고되자 정부도 유관 부처별로 다각적인 검토와 대책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청와대 해양수산부 농림부 기상청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기초정보교류 및 장·단기대책수립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해양수산부는 엘니뇨로 올겨울 연안해역 수온이 상승, 어류 분포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예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양연구소와 국립수산진흥원에 엘니뇨의 영향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엘니뇨 조사·연구를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농림부는 엘니뇨로 각종 농작물 작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또, 단기 대책과는 별도로 농업진흥청 기상청 관계자 및 기상학자들로 구성된 농업기상정보분석자문위원회를 발족, 중장기적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 예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농림부는 자문위원회의 자문과 분석 결과를 실제 농정에 반영해나갈 방침이다.

기상청은 기상전담부서답게 단기 대응책보다는 주로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 감시체제 및 중장기적인 기후예보 시스템 확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미 기상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엘니뇨 대책반」이 활동에 들어갔다. 또, 기상연구소 주도로 엘니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조사작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처별로 대책은 많지만 정작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인력 양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엘니뇨 연구는 거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외국에 기대고 있는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 때문에 엘니뇨가 과연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에 대한 뚜렷한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일기예보를 기상예보의 전부로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있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엘니뇨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 기후대책』이라고 지적한다.<황동일 기자>

◎전문가 진단/권원태 박사<기상연구소 연구관> /엘니뇨는 해양·대기결합 전지구적 기상재난 현상/관측·통신수단 발달로 언젠가 ‘베일’ 벗겨질 것

82, 83년의 엘니뇨는 전세계에 130억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일으킨 「금세기 최대」였다는 의미 외에도 엘니뇨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엘니뇨가 페루 앞바다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에 기상이변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전지구 규모의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됐으며, 단순히 해양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과거의 견해에서 해양과 대기가 결합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견해로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이 엘니뇨 발생 이후 85∼94년 10년동안 수행된 「열대해양―전지구대기(TOGA)」사업은 이러한 견해를 실현하는 실질적인 국제공동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엘니뇨가 발생하는 열대 태평양에 설치한 해양기상관측장비인 부이 70여대를 통해 지속적인 관측·감시를 가능케 해 엘니뇨 예측모델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엘니뇨의 발생을 예측하고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 분석, 이에 대비한 정책 결정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엘니뇨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증거는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열대지방과 북남미지역에 기상이변을 일으킴으로써 농수산물 생산량의 변동, 질병의 창궐,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일으켜 국제무역시장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엘니뇨가 기상이변이 발생한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인 현상이었으나 요즘같이 국제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는 한 지역의 기상이변이 전세계로 파급되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엘니뇨 현상이 시작된 이후로 이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토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엘니뇨가 우리나라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은 우선 기온이나 강수량의 변동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어 계절별로 저기압의 발달 여부에 따라 기온과 강수량이 크게 변동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하고, 통계적으로 9월 강수량이 적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76, 77년 겨울은 기온이 낮았고, 82, 83년 1월 기온은 높았으나 2월 기온이 낮았으며, 86, 87년은 기온이 높았고 90년대 들어 91, 92년, 94, 95년은 기온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등 다양한 기후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엘니뇨,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영향에 대한 연구지원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고, 전문가의 부족으로 철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와 통신 수단의 발달은 기상학의 경이적인 발달을 가능하게 했고, 인공위성 등 최신장비를 활용한 관측은 불과 반세기 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도 없었던 일들을 실현시켰다. 오늘날 엘니뇨에 대한 열띤 논란도 관측과 통신 수단의 발달에 따라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관심과 토대가 있는한 기후 분야에 대한 전망은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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