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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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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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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치스런 일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였습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판 마루타사건이라 불리는 흑인대상 매독실험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 이런 말로 사과했다. 추모비 건립도 약속했다. ◆매독실험사건이란 미국정부가 1932년부터 72년까지 가난한 흑인농부 6백여명을 대상으로 매독치료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터스키지 실험」을 말한다. 생사람에게 매독균을 넣고 치료약 투여를 조절한 이 실험으로 3백99명이 매독에 걸려 1백여명이 죽었다. 배우자 40여명과 자녀 19명도 감염됐다. ◆일제가 1936년부터 40년까지 소록도갱생원(현 국립 소록도병원)에 수용됐던 한센병(문둥병)환자 8백40여명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자행한 사실이 며칠전 공문서로 확인됐다. 부부환자가 늘어나자 동거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불임수술을 강요, 자녀를 갖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한센병 감염자의 출생을 막기 위한 우생정책이었다. ◆당시 소록도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불임시술에 참여했던 한 재미동포는 광복 직전까지 불임시술이 계속됐으므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한센병이 유전이 아니라는 사실이 정설이었는데도 굳이 반인륜적인 불임시술을 강행했다. 민족 차별의 냄새가 짙다. ◆종의 번식을 꾀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유교사상에 젖어 있는 우리 민족에게 대를 잇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불행이기에 앞서 선대에 대한 불효이다. 이 일에 대해 일본은 말이 없다. 일본정부에 클린턴과 같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입만 아픈 또 한번의 헛수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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