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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과 벌칙 혼동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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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과 벌칙 혼동말라(사설)

입력
199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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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목적이나 취지가 옳다고 수단이 경시될 수 없다. 특히 어떤 형태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일은 세심한 검토와 여론의 수렴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한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보험료할증제도는 재고의 여지가 많다.우리는 올해 자동차 1,000만대시대를 돌파한데다 자동차 생산능력이 세계 5위에 이르는 등 외형상으론 자동차 선진국대열에 접어들었다. 반면에 아직도 자동차사고 사망률이 세계선두를 달리고 있는 등 자동차문화는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큰 상습적 교통법규위반자에게 불이익을 주되 법규준수자에겐 혜택을 주자는 새 제도의 총론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그 기본취지를 이해하더라도 형식이나 방법에 불합리한 점이 적지않다. 우선 자동차보험을 교통법규위반에 대한 벌칙으로 이용, 사실상 교통법규위반에 대해선 경찰의 범칙금과 보험료 인상이라는 이중처벌을 받게 된다. 또 자동차보험은 가입자와 보험사간에 맺은 사적 계약인데 이를 공권력을 대신한 처벌수단으로 이용한다는데서 가입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교통법규위반을 줄이기 위해 이중적인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길지는 모르나 여론의 여과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일은 아니다.

이와함께 보험료할증률이 너무 과도하고 기준설정이 무차별적이다. 정부는 보험료할증 대상이 되는 11가지 교통법규위반사항을 들고 있으나 신호위반 등 다소 상황판단에 임의적일 가능성이 있거나 시비가 예상되고, 사안의 성격이 경미하다고 여겨지는 법규위반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인 적용을 하고 있다. 반면에 교통법규를 준수한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혜택(보험료 할인율)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운전자들에게 자동차법규를 준수토록 유도해 자동차사고를 줄이자는 취지보다는 보험료를 사실상 인상하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따라서 제도개편의 기본취지를 살리고 보험가입자의 불만과 부담을 줄이려면 법규위반대상의 경중을 나누고, 위반상황의 설정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경미한 위반사항이나 상황에 대해선 보다 가벼운 할증방안을 강구하되 뺑소니나 음주운전 등 위중한 사안은 발표된 50%보다 과중한 할증료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부는 몇몇 선진국의 예를 들며 이번 제도개선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교통선진국을 따라가자는 것은 옳다. 여기에는 운전자의 준법의식 등 선진교통문화의 정착이 우선 과제이지만 필수적으로 교통시설과 도로여건 등 교통환경도 선진국수준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를 경시한채 교통법규위반의 책임을 모두 운전자에게만 돌린듯한 제도의 개편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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