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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유보건의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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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유보건의 ‘일파만파’

입력
199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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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재경원 “뒤통수 맞았다” 격앙·불쾌/전경련 “보완 뜻으로 해석해 달라” 불끄기전경련회장단의 「금융실명제 유보」건의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노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면서 정권말기 재계의 「도발적」 행동을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의 이번 건의는 시민단체는 물론 재계 일부에서도 『현실감각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얻고 있어 전면적인 논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전경련회장단의 실명제 유보건의가 발표된 13일은 물론 14일까지 좀처럼 노여움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고위관계자는 『전경련 회장단이 당초 알려온 토의내용에는 실명제 유보건의가 없었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더우기 실명제에 관해 여러차례 논의가 있었고 그때마다 실명제 자체에 대한 반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재계의 기습건의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13일 청와대에 들른 강경식 경제부총리에게 이같은 분위기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통산부의 한 관계자는 특히 『현대그룹이 제철사업을 밀어붙이는 등 재계가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때에 맞추어 이같은 건의가 나와 파문이 우려된다』며 『정권말기를 틈타 재계가 각종 현안에 대해 일일이 「할 말 하겠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S그룹 고위관계자는 회장단의 건의와 관련, 『금융실명제를 유보한다고 해서 지하자금이 양성화할 것이란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다소 엉뚱한 건의』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그룹의 관계자는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해 우리 경제가 극도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계마저 큰 흐름을 바꾸려 시도한다면 경제혼란은 더욱 극심해질것』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대한상의나 중소기협중앙회 등이 전경련의 실명제 유보 건의에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파문이 확산되자 『실명제를 보완하자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유보의 의미를 폐지가 아닌 보완으로 해석해줄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특히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무마책을 검토중』이라며 회장단이 직접 수습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특히 회장사인 선경은 현대와 삼성 LG 대우 등 상위 4대그룹이 이날 회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배정근·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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