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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가는 ‘시민의 발’/박일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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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가는 ‘시민의 발’/박일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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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풀풀내며 달리는 지하철은 전동차입니까, 증기기관차입니까』 『계기판에 빨간불이 깜빡거리는데도 무시하고 운행하는건 무슨 배짱입니까』하루 95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이 연일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11일 1호선 용산역에서 인천 부개역 사이의 전력공급이 끊겨 구로역에서 수원·안산방면 운행이 전면중단된 것을 시발로 12일에는 2호선 삼성역구내에서 열차가 탈선했다. 또 13일에는 2호선 상왕십리역구내에서 열차고장으로 후속전동차들의 운행이 30여분간 연쇄지연됐다.

서울과 부산지하철의 운행사고는 93년 46건, 94년 52건, 95년 60건, 96년 73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사고원인도 지하철의 심장부인 열차종합제어장치의 결함에서부터 전력공급 중단, 차량노후, 정비불량, 운전미숙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총체적이다. 그러나 이번같은 3일연속 고장은 유례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지하철공사의 대응방식이다. 12일 사고때는 전동차가 5,000여명을 태운채 연기를 내뿜으며 한동안 도심선로를 질주했는가 하면 13일에는 이미 뚝섬역서부터 전동차 계기판에 비상제동 등이 들어온 상태였다. 사고직후 기관사를 빼돌리고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 사고원인을 가리려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행위지만 30분이상 발을 구르고 있던 시민들에게 『정상운행중』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기 힘들다. 숱한 시민들이 『안내방송만 믿다 약속을 그르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지하철공사의 사고불감증은 이미 치유가 힘들만큼 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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