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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기·환율전망 불투명… 대선도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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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기·환율전망 불투명… 대선도 걸리고”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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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계획 뭘믿고 세우나기업들이 영업전략 수립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기업들마다 내년도 경영계획과 중장기 구조조정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수시로 변하는 경영환경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는 바람에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요 그룹의 기획담당자들은 『전에는 정부나 각 연구기관들이 어느정도 거시적인 전망을 내놔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했으나 올 들어서는 전망이 나오지도 않고있는데다 내놓은 기관들조차 수정하고 있어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들이다. 재계가 심각한 「전략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10월말 계열 연구소와 그룹 기획실등으로부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한 지침을 받은 각 기업들은 최근 그룹측의 수정지시로 원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주요 그룹의 계열기업들은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자금조달 및 운용계획 수립을 전면 유보한 채 상황변화만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각 기업들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으나 이를위한 방향이나 강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금융과 실물, 국내시장과 해외여건 등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의 불안정성은 사업계획 수립에 나선 기업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심한 우리 기업 입장에서 환율은 단기 및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에 가장 큰 변수중 하나다. 당초 내년초 환율을 890원으로 정해 사업계획수립을 시작했던 삼성은 현재까지 두차례에 걸쳐 환율전망을 수정했다. 대우는 최근 내년 기준환율과 관련, 대우경제연구소로부터 1달러당 1,030원을 제시받아 이를 토대로 영업방향을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시된 환율보다 1달러당 100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현대나 LG 등도 당초 전망한 환율을 수정하고 있으며 중소중견기업들은 아예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환율의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은 수출입계획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환차손이나 이를 막기위한 위험분산(헤징)방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더우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상승과 함께 가격을 인하해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로 오히려 어려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불안한 증시와 해외신인도 하락으로 기업들은 자금조달 방법에서 적지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증시가 살아나지 않는한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계속 어려운데다 해외시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다 막히는 바람에 해외투자 등 사업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복잡하게 전개되는 정치권 대선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정 치권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대기업들은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전의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연말을 앞두고 올처럼 불확실한 경영변수들이 산적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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