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감독 출신 ‘M&A 귀재’미 장거리 전화업계 랭킹 4위인 월드컴사가 10일 자사보다 덩치가 더 큰 업계 2위의 MCI사를 370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금액은 8월 미단거리 전화회사 「나이넥스(NYNEX)」를 매입한 「벨 애틀랜틱」사의 인수금액(256억달러)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양사의 합병에 따라 새 회사는 MCI월드컴으로 명명됐고, MCI의 회장인 버트 로버트 2세가 MCI월드컴의 새 회장을, 버나드 에버스 월드컴 대표이사(CEO)가 사장 겸 CEO를 각각 맡게 됐다.
통신업계의 지형을 바꾸게 될 이번 MCI 인수경쟁에서 월드컴이 단거리 전화회사인 GTE와 장거리 전화회사인 브리티시 텔레콤(BT)을 물리치는 데는 에버스대표이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고교 농구감독 출신인 에버스 대표이사는 10여년만에 무명의 기업을 미 굴지의 통신회사로 일군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한다. 1941년 캐나다 앨버타에서 태어난 그는 미시시피대 농구장학생으로 미국에 왔다. 대학졸업후 인근 고등학교에서 1년간 농구팀 감독노릇을 하다 83년 3명의 기업가들과 월드컴의 전신인 소규모 장거리 통신회사 LDDS에 투자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2년뒤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 50여차례의 인수·합병등을 통해 미남서부지역의 중소 통신회사들을 차례로 통합, 몸집을 불려나갔다. 주가상승을 이용, 회사를 매입해 다시 주가를 올린 뒤 팔고 더 큰 회사를 사들이는 방법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MFS커뮤니케이션을 125억달러에 인수,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자회사인 UUNET를 창설한 뒤 컴퓨서브사를 매입해 본격적으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1일 MCI의 인수경쟁에 참여, 경쟁업체들보다 70억∼100억달러 많은 35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는 이같은 대담한 인수·합병 전략 말고도 독특한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미시시피주 잭슨의 집에서 인근 본사까지 걸어다니며 사업을 할때도 빛바랜 청바지를 즐겨입는다. 지금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땅콩농장에서 트랙터를 몰고 농장에서 소를 돌본다. 왜 MCI를 인수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와 같은 기업가적인 정신을 공유하고 경쟁을 선도할 경영팀과 제휴했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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