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전 법관심문 피의자 기본권보호 열쇠/수사편의 앞세워 헌법절차 침해 안될말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혼란한 가운데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는 이때 국회 법사위에서는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축소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작업이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영장발부의 실질적 헤게모니를 법원이 쥘 것인가 아니면 검찰에게 되돌려줄 것인가 하는 모습으로 일반국민에게 비치고 있는 이 문제는 단순히 국가기관 상호간의 대립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볼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해결 여하에 따라서 우리 국민 각자가 향유하는 신체의 자유의 보호범위와 정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있어서 법관이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신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영장실질심사제도는 소위 영장형식심사제도에 반하는 개념이다. 종래 사용되어 왔던 형식심사방식에 의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발부된다. 먼저 일선경찰관은 피의자를 조사하여 조서를 작성하고 이를 검찰에 보내 구속영장신청을 품신한다. 검사는 송부된 조서를 검토하여 구속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상사의 결재를 받은 후 법관에게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한다. 법관은 영장청구서와 함께 검찰이 제출한 조서를 검토하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영장청구를 기각한다. 그런데 이와같은 형식심사의 방식에 의하면 피의자는 자신이 구속될 때까지 법률전문가인 검사나 법관의 면전에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진술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에 대하여 영장실질심사는 헌법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고 직무활동의 독립성이 담보된 법관이 수사관서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직접 피의자를 불러 그의 진술을 듣는 방식이다. 형사소송법이 새로이 도입한 영장실질심사에 의하면 피의자는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법관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고, 설사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법관의 공정한 판단을 신뢰하여 승복하게 된다. 또한 구속단계에서 제3자인 법관이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기 때문에 초동수사단계에서의 가혹행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이 때문에 일선 수사관도 피의자의 조사에 있어서 법절차를 보다 준수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법관은 이제 서류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피의자 및 피해자와 대면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인신구속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지금 심의되고 있는 국회의 개정안을 보면 피의자를 일일이 법관면전에 데리고 가는데 불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 피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법관의 직접심문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사실상 수사기관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피의자에게 법관의 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통하여 법관의 직접심문을 배제함으로써 실제로는 영장형식심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의 논의과정을 보면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영장실질심사제도의 헌법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수사편의만을 고려하여 형사소송법의 관련규정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는 법률만능의 사고방식에 빠져서는 안된다. 국회의 성문법률도 반드시 헌법의 테두리 내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좋은 본보기를 검찰총장 퇴임후 공직취임을 제한한 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검찰총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하여 여야합의로 개정한 검찰청법의 관련조문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퇴임 검찰총장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규정」이라고 판단되었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은 인신구속에 있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영장실질심사야 말로 헌법 제12조 제3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핵심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제도를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은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헌법의 영장주의를 존중하여 국회의 입법권이 가지는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자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도 또한 선진제국의 시민이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영장실질심사의 혜택을 다시 빼앗기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면서 무모한 법개정을 저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형사소송법>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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