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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환율 마침내 4자리(1불 1,00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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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환율 마침내 4자리(1불 1,000원 돌파)

입력
1997.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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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일부 “1천2백원” 극단적 전망도환율 「1달러=1천원」시대가 사실상 개막됐다.

10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백99원(매매기준율)에 거래됨에 따라 이날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개인들은 1달러에 약 1천14원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화폐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뀐 62년 통화개혁 이후 처음으로 「네자릿수 환율」이 등장한 것이다.

「1달러=1천원」은 그동안 환율의 심리적 최후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왔고 따라서 1천원대 진입은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도 『환율상승기에 9백99원이나 1천원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가 좌우하는 현 시장상황에서 심리적 저지선의 붕괴는 향후 환율이 폭등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셈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연말대비 절하율은 현재 약 15.6%. 일본엔화(6.2%) 대만달러화(10.4%) 싱가포르달러화(11.1%)보다는 높은 반면 태국바트화(34.5%) 말레이시아 링기트화(23.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전세계적 달러화의 강세기조와 아시아 전체의 환율상승추세로 본다면 원화의 움직임이 결코 이례적 현상은 아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수출경쟁력 차원에서 원화환율의 상승폭을 일본 대만 보다는 높게,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서는 낮게 끌고간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당국은 확실히 환율상승, 심지어 1천원대 진입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상승에 「브레이크」는 있는 것인지, 있다면 과연 어느 선에서 제동력이 작동할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오를수록 가격제한폭(2.25%)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환율은 높아질수록 더욱 가속도가 붙을것』이라고 말했다.

딜러들은 향후 환율전망에 대해 『일단 1천원대 공방이 이뤄진뒤 뒤 추가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정점은 1달러=1천2백원」이란 극단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부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 박사는 『정부의 특단적 조치가 없는 한 1천1백∼1천2백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환율이 동남아국가의 평균절하율(30%정도)만큼 절하된다면 대략 1천2백5원이란 산술적 계산도 나온다. 최근 한국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연일 게재해 온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10일자 1면기사에서 외국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려 『단기간내에 원화환율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당국의 환율관리가 실패한다면 20% 추가절하(1천2백50원)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 외환당국자는 이에 대해 『당국은 환율을 낮추기 위해 계속 개입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3백억달러 남짓한 빠듯한 외환보유고를 가진 당국이 과연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냉소적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환율불안의 근본원인은 금융시스템에 있다. 해외차입 불능상태에 빠진 종금사와 은행들은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무조건 사들이고 있다. 거주자외화예금이 50억달러에 육박할 만큼 기업들이 달러를 움켜쥐고 오히려 투기적 선취매에 열을 올리는 탓도 있지만 본질적 문제는 금융기관의 차입난과 상존하는 「외화부도」가능성에 있다. 금융기관 신용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기업가수요도 수그러들 수 없고 환율은 결코 내려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든 정부로선 외환보유고와 환율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식의 대응은 할 수 없게 됐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환투기를 완전진압하기 위해 보유외환을 과감히 사용하고 최악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협조를 요청해서라도 환율을 끌어내리든가 아니면 환율상승을 그대로 용인, 시장 스스로 조정점을 찾게 하든지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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