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서둘면 피부병 등 우려/보행기 일찍 태우면 허리부담/말 늦는 것도 지능과 관계적어만 9개월때부터 걷기 시작한 동주(4·여)는 모든 것이 빠른 편이다. 14개월부터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데다 33개월이 되면서 간단한 문자도 곧잘 읽어 엄마의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옆집에 사는 영준이는 같은 월령인데도 아직 글자는 커녕 혼자 단추끼우는 것도 서툴러 엄마속을 태운다. 여자아이가 더 빠른 법이라고 자위를 해도 아이가 늦되지나 않았나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유식 대소변가리기 말배우기등 모든 것에서 빠른 것이 좋다는 것이 요즘 엄마들의 생각이다. 걷기를 시킨다, 대소변훈련을 시킨다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는 이면에는 엄마들끼리의 자존심 경쟁도 한 몫한다.
그러나 「빨리 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것이 발달전문가들의 의견.
이화여대 소아과 이근 교수는 『아이마다 발달속도가 다른데 빠른 아이와 비교해 무리하게 아이를 재촉하는 것은 역효과만 낸다. 아이는 단계마다 스스로 발달하므로 엄마는 지켜보며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강남성모병원 육아상담실 김영훈(소아과) 실장은 『너무 이른 시기에 곡분이나 채소즙 시판이유식을 먹이면 아토피성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걷는 연습을 시킨다고 보행기를 일찍부터 태우면 허리힘을 길러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일찍 시켜서 좋지 않은 것은 대소변가리기. 그는 『대소변가리기는 세시간동안 소변을 참을 수 있는 18∼20개월에 훈련을 시켜야 하며 너무 일찍 시킬 경우 신경기능의 미숙으로 야뇨증이나 변비가 될 확률이 높다. 또 심리적 스트레스를 줘 손가락을 빤다든지 한밤중에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하게 되며 다시 대소변을 못가리게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일어서고 걷는 시기에도 부모들은 자존심을 건다. 보통 돌전후에 혼자 서고 15개월이 되어서야 혼자 걷지만 개인차는 4∼5개월정도로 크다. 일찍 일어서는 아이들은 체중이 적고 기질적으로 적극적인 성격이거나 대뇌 소뇌의 피질발달이 빠른 경우이다. 빨리 걷게 하기 위해 보행기를 태우지만 사실 보행기는 걷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결과.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보행기에 앉혀놓고 딴 일을 할 수 있다는 편리때문에 목만 가눌 정도가 돼도 보행기를 태우기 시작한다. 그는 『허리를 가눌 수 있는 6∼8개월이전에 보행기를 태우는 것은 허리힘을 약하게 하고 안짱다리나 까치발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의를 준다. 또 엄마와의 정서적 접촉을 차단하기 쉬우므로 하루 4시간이상 태우지 말 것을 권한다. 일찍 일어선 아이가운데서도 네발로 열심히 기었던 아이들이 비교적 빨리 걷는 편이다. 일부러 낮은 가구 등을 짚고 걷기 연습을 시키는 것도 자세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말이나 글을 늦게 익힌다고 초조해 할 필요도 없다. 말이 늦어지면 「아이가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닌가」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지능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 그는 『말문이 트는 속도는 TV나 주위 어른 등 환경의 영향일 뿐이다. 다만 말귀를 알아듣는 수용언어는 지능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창의성연구소 이기우 소장은 『글을 너무 일찍 깨우치는 아이는 그림책을 놓고도 문자에만 주목하므로 그림을 통한 감수성이나 상상력 창의력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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