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실천력 의문… 「비자금」과 형평성 논란김영삼 대통령은 8일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정치권에 강력한 경고를 발동했다. 『모든 선거관련 범법자는 소속정당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대통령은 담화발표 하루전에 가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혼탁이라는 말이 적절치 않으며 망국이라고 불러야한다』고 말할 정도로 최근의 선거운동 양상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대통령은 강도높은 선거사정으로, 임기초 부터 추구해온 「정치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내각에 선거사정을 지시하며 14일에는 전국 공안부장검사들을 불러 선거사정작업을 독려할 계획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요즘의 대선정국이 이성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도의는 물론 기본적인 인간의 신의마저 저버리는 상황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고 나라 꼴이 엉망이 될 것이란 염려에서 담화 발표를 결심했다』며 『선거 사정의 강도는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을 상징하는 「03 마스코트」가 신한국당 당원들의 손에 난타당하는 지경에 이른 김대통령의 「경고」가 현재의 정치권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의 불법·타락선거 근절의지가 강한 긴장감을 조성하기엔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너무 뚜렷하다. 어느 집단보다 정치권 풍향에 예민한 검찰과 경찰이 김대통령의 의지를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다. 검찰은 신한국당이 고발한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을 수사 유보한 바 있어 다른 폭로전을 처벌할 경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극도의 치열한 승부욕을 나타내고 있는 정치권이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각 정당도 담화 내용에 원론적 동감을 할 뿐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는 『손명순 여사 2백억원 신당지원 주장과 마스코트 난타에서 보듯 국가원수의 기본 인격 마저 마음대로 유린하는 것이 정치권 아니냐』며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언론과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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