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전 러시아국가안보위 부서기의 해임소식에 러시아 정계는 이 경구를 되새기고 있다. 아나톨리 추바이스-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가 지난 4일 밤 모스크바 근교 고르키9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만나 베레조프스키 부서기의 해임을 건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추바이스와 베레조프스키는 오랫동안 둘도 없는 동지였다. 추바이스는 러시아 「사유화의 황제」로, 베레조프스키는 「사유화의 최대 수혜자」로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옐친 대통령의 둘째딸 타지아나와 함께 옐친 재선의 최대공신이었고 그 대가로 추바이스는 96년 10월 크렘린 행정실장으로, 베레조프스키는 안보위 부서기로 나란히 발탁돼 크렘린의 실세로 등장했다.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것은 7월25일 실시된 러시아 국영 전신전화회사 「스뱌지인베스트」의 주식 25% 사유화를 위한 공개입찰 이후 블라디미르 포타닌 전 부총리가 이끄는 오넥심방크가 이 입찰에서 18억7,500만달러로 주식을 낙찰받으면서부터.
베레조프스키는 입찰에서 고배를 든 알파방크와 모스트 그룹을 규합해 크렘린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넴초프 제1부총리와 블라디미르 불가크 부총리가 입찰을 앞두고 오넥심방크와 사전에 결탁했으므로 이번 입찰은 무효라는 주장을 폈다. 나아가 베레조프스키가 장악한 국영 ORT-TV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추바이스-넴초프 죽이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이해가 충돌한 것은 「국익과 사익」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경제를 책임진 추바이스는 「스뱌지인베스트」 매각에서 한푼이라도 더 받아야하는 입장이었고 베레조프스키로서는 헐값으로 자기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 베레조프스키의 해임이유가 공적인 부서기직과 사적인 비지니스를 혼동했다는 설명에서도 그같은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베레조프스키의 해임으로 두 사람은 갈라섰다. 그러나 그간의 크렘린내 권력투쟁 속성으로 볼 때 두 사람간의 승패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모스크바>모스크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