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은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이다. 올들어 한보사건으로 인한 「2·25담화」와 아들의 구속에 따른 「5·31담화」 등을 통해 15대 대통령선거의 엄정한 관리를 거듭 약속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달 하순께는 탈당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수일전까지만 해도 부인했던 탈당을 갑자기 단행한 점이다. 선거의 공정관리와 국정수행에 전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는 자신과 아들, 그리고 전·현직 고위측근들이 이인제 후보와 국민신당을 지원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과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이번 탈당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1992년 대통령선거를 3개월 앞둔 9월18일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당을 탈당, 온 국민을 놀라게 했었다. 역시 명분은 「중립적인 선거관리」였지만 실제는 선거자금관계와 이동통신허가 등을 놓고 당시 김영삼 후보와의 마찰 때문으로 알려졌다. 훗날 김대통령은 노대통령의 탈당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고독하게 결전을 치렀다고 술회했었다.
하지만 이번 김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정치권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동안 신한국당은 검찰의 비자금수사유보에 반발하여 오히려 탈당을 요구했고 이에 야당들도 가세했던 것이다. 결국 신당지원설의혹에 관한 공세속에서 당초 구상보다 앞당겨 당을 떠나는, 어느 면에서 떠밀려서 탈당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탈당을 놓고 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 등이 「당연하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기대한다」면서도 의혹과 경계를 늦추지 않아 눈길을 끈다. 무당적의 자유로운 입장에서 신당지원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고 있고 신한국당의 경우 비주류인 민주계가 잇따라 탈당하거나 잔류해서 반이회창 후보운동으로 당을 흔들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분당의 가속화로 정국이 소란해질 여지가 많다.
김대통령으로서는 40년 이상 정치를 해왔으면서도 새삼 정치의 무상을 절감했을 듯하다. 희망과 신뢰의 정치를 내세우며 90년 1월22일 말썽 많은 3당합당에 참여, 민자당대표·총재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고 나중에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고쳐 YS(김영삼)의 당으로 만들었으나 그 당으로부터 등돌림을 당해 당을 떠난 것이다.
어떻든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당을 떠난 이상 청와대가 혹시나 누구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법운동 흑색선전 등에 대해 가차없는 엄벌주의로 다스려 이번 대선이 사상최대의 공명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임기말까지 흐트러진 국정의 중심을 잡아 바르게 운영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정국혼란에다 무너지는 경제, 실업자증가, 사회혼란으로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또한 국정이 표류하고 있는데도 정부나 공직자들이 무사안일로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앞장서 팔을 걷어붙이고 국정 바로잡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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