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오는 선거에서 공동집권에 성공, 합의대로 19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단행할 경우 대통령의 재임기한문제는 중대한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국민회의의 김대중 총재가 동아일보주최 토론회에서 「차기대통령은 임기 5년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임기를 모두 채우도록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현행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를 담고 있어 장차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사실 양당의 후보단일화 및 공동집권합의는 내각제로의 개헌을 담보로 한데다 집권후 철저한 권력나누기로 되어 있어 지극히 정략적 결속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합의문에는 국무위원직과 주요 공직후보공천권 등에 관한 권력나누기만 담고 있을 뿐 대통령 재임기간 등 몇몇 핵심사항은 명기하지 않아 의구심을 갖게 했다.
양당의 합의문은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끝내고 2000년 4월께 총선을 실시한 다음 국회에서 대통령을 간접 선출하고 이어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을 국무총리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또 합의대로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후보를 포기한 자민련이 국정을 책임질 실세총리를 선택하게 되면 대통령은 국민회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총재가 장차 내각제 개헌때 헌법부칙에 이번 선거에 서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 5년을 모두 마치도록 규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밝힌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그 때의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또 「이렇게 어렵게 당선된 대통령인데 임기를 모두 마치게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지만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마디로 부칙에 임기보장규정을 단다는 것은 헌법위반이며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하의 대통령과 내각책임제하의 대통령은 권한과 임무가 전혀 다르다. 더구나 차기 대통령의 임기보장은 개헌 당시의 대통령에게 임기 연장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128조 정신에 배치되는 것이다. 128조는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내각제로 권력구조가 바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인 것이다.
양당의 합의대로면 차기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과 새 정부 출범전까지 2년3개월만 재임하고 물러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개헌이 되면 전혀 다른 정치적 구조와 체질을 가진 새 정부가 시작된다. 이 점 양당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많은 국민이 차기대통령의 재임기간에 의문을 갖고 있는 만큼 이 점에 관해 공식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아울러 99년말까지 국민여론이 개헌에 반대하거나 또 국회표결과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언제 다시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1차 부결후 5년 임기동안 공동정부체제를 지속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모종의 비밀약속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과 헌법과 국민을 담보로 한 정략적 권력 나눠갖기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라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