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같은 외국자본 불안감땐 순식간 썰물/경제운영 확고한 방침 일관된 자세 보여줘야최근의 외환금융시장 동향은 우리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나 증시의 최근 움직임은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조정과정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지난 7, 8년간 우리경제는 그야말로 심각한 거품현상에 기인해 기본실력을 훨씬 웃도는 소득 및 소비수준을 누려왔다.
거품으로 부풀려진 우리 국민의 재산가치와 소비수준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낮지 않았으며 이러한 높은 대외구매력은 흥청망청한 해외여행, 수입확대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산업 및 서비스의 경쟁력이 구매력 수준을 결코 뒷받침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결국 경상수지적자 확대, 기업부도 증가, 금융기관 부실화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치민주화의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시장질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관료들도 새로운 정치환경 속에서 필요한 경제정책들을 적시에 입안하고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익히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한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방향은 이익집단들의 큰 목소리 속에 실종되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 나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왜냐하면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시장이 스스로의 경직성으로 인해 조정해오지 못했던 고임금, 고지가, 고금리, 고평가된 환율 등 누적된 상대가격구조의 왜곡으로 인한 소화불량이 동남아에서 발생한 외부충격에 겹쳐 마치 금융외환시장이 급류에 쓸리는 듯한 형태로 토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과정은 앞으로 인플레 등을 통하여 실물경제에 파급효과를 가져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이제까지의 움직임은 어차피 우리가 겪어나가야 할 조정과정이며 치러야 할 비용들이기 때문에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 환율도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하면 낙폭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최근들어 대부분의 동남아 통화들이 미달러화에 대해 크게 절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달러 환율이 절하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우리의 수출경쟁력 회복에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일이 전혀 우려되지 않는바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항상 합리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외국자본은 군중심리와 같이 한번 불안감에 휩싸이면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도 이미 이러한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회복은 정부당국이 수출회복세를 강조하거나 경상수지와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음으로써 쉽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예측불가능성이다. 우리경제의 기본과 장기적인 회생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있더라도 그것이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들어오지 않을 때 그들은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엉뚱한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투자철수로 연결하게 된다.
금융기관 부실이 이미 심각한 것 같은데 이를 정리해 나갈 뚜렷한 방안이 보이지 않고, 정부는 시장주도로 간다면서도 어차피 정리되어야 할 기업들을 분명치도 않은 기준에 의해 계속 지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자유화된 금융시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높은 부채비율을 가진 기업이 대다수인데 앞으로 금융자율화를 할테니까, 시장주도경제로 갈 것이니까, 기업규제완화를 할 것이니까,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해 신뢰를 가져달라고 되풀이 말한들 누가 쉽게 믿겠는가.
지금 정부는 속히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지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믿을 만한 정책방향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솔직히 문제의 핵심을 인정하고 경제운영에 대한 확고한 방침과 일관된 자세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우리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회의가 계속되는 한 지금과 같은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은 쉬 가시지 않을 것이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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