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는 불황터널에 손놔/공장 앞마당 재고만 산더미/“대기업부도 언제나 끝나나”한국기계공업의 메카로 불리는 창원공단은 요즘 대기업부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원을 동서로 가르는 공단대로를 따라 부산을 오가는 대형트럭들이 분주한 가운데 창원의 분위기는 공단대로를 사이에 두고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도청을 중심으로 관청들이 밀집한 공단대로 위쪽은 최근 경남도와 현대그룹의 하동제철소건설 합의조인식을 고비로 들뜨기 시작했다. 곳곳에 붙은 경축 플래카드에서 울산의 광역시승격이후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공단대로 아래쪽 공단지역은 대그룹의 대형투자계획과는 무관하게 당장 눈앞의 생존이 절박한 실정이다.
썰렁해 보이는 대로변의 상가와 아파트를 지나 공단내부로 들어서면 1년이 넘는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지칠대로 지친 중소기업들의 살풍경이 펼쳐진다. 간간이 폐업간판이 지나가는 가운데 열려있는 업체들도 앞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품들이 기업들이 처한 한계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기아에 브레이크와 차축부품을 공급하는 C기업은 7월말 부도를 냈다. 생산액의 70%를 납품하는 기아특수강에서 부품대금이 결제가 되지않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8월부터 일단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이라며 『기아사태가 해결된다 해도 협력업체에 자금지원이 이루어질때까지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그때까지 버틸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창원공단에 입주한 기아협력업체들은 70여개. 모두 돈가뭄으로 쩔쩔 매고 있는 사정은 비슷하다. 대부분 업체들이 생산량을 70%이상 줄였고 일부업체는 진성어음의 할인중단으로 종업원급여까지 밀린 상태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S사의 관계자는 『회사출근 보다는 사채업자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융통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 『원자재의 조달도 선금을 온라인으로 넣어야 물건을 공급하는 선금거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단본부에 따르면 9월 한달 동안 휴폐업한 업체가 7개. 창원공단이 생긴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않는 중소임대업체들이 더욱 자금난에 허덕이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휴폐업업체수는 40∼50개로 추정되고 있다.
부도난 업체의 경매물건이 늘고있는 것은 물론 자금난이 지겨워 문을 닫으려는 업체들이 잇따라 매물을 내놓고 있다. 공단거래업체가 200여개가 넘는 경남은행 팔용동지점의 한 관계자는 『기업부도로 인해 진행중인 경매물건은 4건』이라며 『영세업체들은 주로 임대여서 공장대신 자택을 담보로 한 점을 감안하면 수치는 수십 건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12년째 공단내 업체 분양업무를 주로 해온 부동산 업체 김모씨는 『더이상 공장을 돌릴 수없다고 내놓은 공장물건이 10여건, 급전을 마련하기위해 자택이나 다른 부동산을 내놓은 사례도 50여건이 넘는다』면서 『공장매물을 내놓으려고 상담을 하는 손님만도 하루에 2∼3명씩 찾아온다』고 말했다.
창원공단내 가동업체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가동률이나 생산실적도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 공단내 가동중인 중소기업들의 9월 생산실적은 1,912억원. 가동업체가 517개임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생산실적은 3억7,000여만원수준이다. 이는 불황직전인 지난해 10월 업체당 평균생산실적이 4억6,000여만원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해동안 1억원이상 생산실적이 떨어진 셈이다. 가동률도 지난해 4월 82%를 웃돌았던 것이 올들어 계속 떨어져 9월현재 77%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단 본부의 구진문 경영지원팀장은 『삼미부도에 이어 기아사태로 공단전체의 상황이 공단 설립이래 최악』이라며 『그러나 기아협력사들이 대부분 현대와 대우협력업체를 겸하고 있어 그나마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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