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900원·외투 7,000원…/‘재활용품=쓰레기’ 선입관 주부들 모여 깨뜨린다『주부가 조금만 신경쓰면 우리집 애물단지가 남의 집 꿀단지로 변합니다』
젊은 주부들이 자원재활용을 위해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섰다. 지난 달 29일 서울 은평구 녹번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문을 연 「은평 녹색가게」는 주부들이 힘을 합쳐 만들고 운영하는 상설 알뜰 재활용매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8평 남짓한 매장은 햇빛이 잘 드는 출입구 바로 앞쪽에 자리잡은데다 원목가구로 처리한 인테리어가 아담하고 산뜻해서 「재활용」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칙칙함과는 거리가 멀다. 매장에는 아이들 장난감부터 블라우스, 가죽허리띠, 운동화, 책과 문구류, 겨울외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깔끔하게 손질돼 전시돼있다.
녹색가게의 설립은 지난해 녹번종합사회복지관 환경교실 주부수강생들이 의기투합하면서 계기가 마련됐다. 교실공부로 그칠게 아니라 생활속에서 환경사랑과 과소비 자제운동을 실천해보자는 것이었다. 마침 지역공동체운동을 지원하고있던 서울YMCA가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등 힘을 보탰다. 은평구는 주부들의 뜻을 높이 사 매장공간을 내주었다. 모임을 주도한 주부 이인화(39)씨는 『살림하다보면 아깝게 버려지는 물건이 너무 많아요. 내게는 필요없어도 남들에게는 유용한 물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공감했습니다』고 말한다.
「우리집 애물단지, 녹색가게 꿀단지로」라는 애교스러운 표어와 함께 문을 연 녹색가게는 모든 운영세칙을 주부들 10명으로 구성된 준비위원단의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가격대. 중고물건이므로 상한가를 2,000원으로 해야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겨울외투 등 제법 원가가 많이 나가는 것들은 1만원까지는 받아야 하지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립됐다. 준비위원단은 토론을 통해 아이들 장난감은 900원대, 외투는 7,000원대를 넘지않는 선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또 판매보다 물물교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교환정보 게시판을 설치하고 지역사회의 유대감 강화를 위해 「영숙이네 커튼」 등으로 상품실명제를 실시할 계획도 갖고있다.
녹색가게의 최대 걸림돌은 아직도 「재활용품=쓰레기」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상록(33)씨. 『팔 물건을 받는데 정말 쓰레기 처리하러왔나 싶은 사람도 있었어요. 심지어 낡은 속옷까지 가져오는 거예요. 이런 것은 안받는다고 하니까 막 화를 내더군요. 재활용의 진정한 의미는 쓸만한 물건이지만 내게는 필요없는 것을 남과 나누자는 것인데 말이예요』
잘못된 선입견을 없애야한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녹색가게 주부들의 꿈은 크고 굳건하다. 녹색가게를 통해 재활용정신을 북돋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지역환경운동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구상. 「걸어다니는 재활용」이라는 별명을 갖고있다는 정현아(35)씨는 『녹색가게에서 물건만 파는 게 아니예요. 환경사랑법에 대한 지혜도 같이 나눌겁니다』고 포부를 밝혔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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