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직접전화 여 이탈 유도”/일부참모도 “이회창 끝났다” 설득/“이 총재 회의론 타진 받았다” 김윤환 선대위장 직접확인/“이 총재지지자 청와대 떠나라” 수석비서관회의 지침내려져/100억대 창당자금 조달의혹 청와대 지원 방증 갖고있다국민신당 창당을 계기로 김영삼 대통령과 청와대측이 국민신당을 막후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측은 4일 구체적 증거를 내세우며 청와대를 비난했고, 국민회의측은 청와대의 창당자금 지원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청와대와 국민신당측은 국민신당을 음해하려는 음모라고 맞섰다.
이회창 총재측이 제시하는 「청와대 지원」의 정황과 증거는 일단 구체성을 띠고 있다. 이총재측은 우선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총재로부터의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총재측에 따르면 민정계 중진 이세기 김중위 의원이 지난주 서울지역 대선필승결의대회에 즈음해 김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이때 김대통령은 『구당적 차원에서 나를 도와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정황상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이라는 게 이총재측 주장이다. 당사자인 김의원은 『김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NCND(시인도 부인도 않겠다)』라고 말해 사실상 이를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한 의원은 『김의원의 말을 들어보니 김대통령이 「정권재창출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히 생각하고 처신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윤원중 총재비서실 부실장은 『김용태 청와대 비서실장이 시내 L호텔에 방을 잡아놓고 소속의원들을 불러들여 이총재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부실장은 청와대측이 이를 부인한다는데 대해 『그렇다면 호텔 방의 번호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총재측은 또 청와대의 조홍래 정무수석 등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해 『이총재는 끝났다』며 필승결의대회에 불참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핵심측근은 『이우재 의원과 총재의전특보인 맹형규 김문수 의원과 전국구의 신영균 의원 등이 조수석 등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의 경우 지난달 28일 경기도 필승대회에서 이총재 지지연설을 했는데, 바로 조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총재를 지지하는 행사에 나가지 말아달라』고 질책했다는 전문이다. 김의원은 이를 부인했으나 다른 의원들은 『김의원이 지구당 당직자회의에서 「조수석으로부터 이총재 지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하며 대책을 상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초선의원도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지금도 늦지 않으니 이 전지사를 돕자』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석이 민주계 소장파, 청와대 출신 의원들에게 전화로 이 전지사의 지지를 당부한다는 소문은 당내에 파다하다. 심한 경우 이총재를 지지했던 초·재선의원중 재정신청에 걸려 재판을 앞두고 있는 H·L의원 등은 간접적으로 압력성 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초동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김광일 대통령정치특보와 지난 1일밤 만난 적이 있다』고 직접 밝혔다. 김위원장은 『김특보가 「이회창으로는 대선승리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내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며 『김특보의 이 말을 김대통령의 뜻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지난달 23일에는 김용태 청와대비서실장을, 또 2일에는 조홍래 정무수석을 만났는데 이들도 『이회창 갖고 되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확인했다.
한편 이총재의 다른 측근은 『박범진 의원이 이총재의 DJ특수팀 구성 폭로 이후에도 청와대에 출입하며 두세차례 조수석과 만나는 것이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달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총재를 지지하는 사람은 청와대를 차라리 떠나라」는 지침이 내려져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총재측은 또 『국민신당은 지정기탁금도, 후원회도 없으며 이 전지사의 97년 등록재산이 9억7천만원에 불과한데도 1백억원대에 달하는 창당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총재측은 『전당대회를 한 번 치르는데 이벤트회사에 지급하는 돈만해도 3억원에 달하는 등 6억원 이상이 든다』며 『이외에도 31개 지구당 지원금 등 창당에 소요되는 자금을 청와대 등의 조력으로 조달하고있다는 방증들을 갖고있다』고 주장했다.<정진석·이영성·유성식 기자>정진석·이영성·유성식>
◎신당측 “정치공작” 반박
국민신당은 「청와대의 신당지원설」에 대해 『신한국당 주류측과 국민회의가 이인제 후보의 급부상에 초조한 나머지 근거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인제 후보는 『여론지지도에서 쫓기는 쪽과 뒤처진 사람들이 엮어낸 정치공작』이라며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후 정계를 완전히 물러날 분으로 신당을 만들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만섭 총재도 『김대통령이 신당을 지원하고 있다면 내가 어떻게 신당의 총재가 될 수 있겠느냐』며 『모략·중상을 일삼는 두 김총재의 군정시대 작태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소웅 대변인은 『국민회의와 이총재측이 말도 되지 않는 각종 설을 제조해 국민신당을 음해하고 있다』며 『당분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계속 공작정치를 한다면 우리도 전면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관계자들은 국민회의가 신당 창당자금을 문제삼은데 대해 『비자금의혹의 원조인 국민회의가 신당의 정치자금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현재까지는 창당발기인들의 갹출로 창당준비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후원금과 당비를 거둬 당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청와대 “어처구니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4일 김윤환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을 만난 사실은 시인했으나 그가 주장한 「청와대 압력설」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다. 특히 청와대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청와대 신당지원」 주장 등 정치권의 잇단 공세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으나 다각도로 대응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정치특보는 『1일 만남에서 김위원장이 민주계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등에 대한 생각 등 많은 얘기를 했고 나는 듣는 편이었다』며 『만약 내가 잘못 이야기할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한데 「손 떼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특보는 『김위원장이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주장을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홍래 정무수석도 『오랜 친분이 있는 김고문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며 『당내 문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입장이므로 정치권의 신당지원 주장은 매터도 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신당 지원을 논의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김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이회창 총재에게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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