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교육계도 국제화 추세 속에서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에서 전혀 변화없이 침체되고 또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제2외국어 분야이다. 국제 공용어가 되고 있는 영어에 밀려서, 또는 입시과목이 너무 많다는 논의나 유용성과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2외국어 교육은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어 이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유럽 문화권의 언어를 비롯해서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의 제2외국어는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인터넷, 전자우편 등으로 지역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연구는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이 지역학 연구에는 해당 언어 습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각 언어는 그 지역의 역사 문화 관습이 내포되어 있는 소산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대학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정책중의 하나가 각국의 언어를 하는 전문인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외국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입학조건을 완화하고 모국에서의 학업을 인정해주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현실에서 우리의 제2 외국어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우려는 아니다. 영어는 초등학교에서 배우게 할 만큼 그 비중이 커졌다. 반면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교육은 배당시간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2외국어를 지망하거나 또는 교직자를 포함해서 그와 관계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 역시 커다란 실의에 빠져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면 이러한 제2외국어 교육의 위축이나 위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치유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대학입학시험임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각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학부제도 제 2외국어 교육에 아주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부제의 실시로 직업 전망이 좋은 인기 학과로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제2외국어 배제, 그에 따른 고등학교에서의 파행교육, 학부제 시행에 따른 대학생들의 제2외국어 기피, 이들 외국어의 교사직 절대적 감소 등이 총체적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어려움이 산적돼 있는 상황에서 제2외국어만이 특별한 우대와 지위를 누려야 한다고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2외국어 교육이 적정한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외국어의 지식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신적인 고급 자원이다. 물질적인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고급 정신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여러가지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제2외국어의 정상교육을 복원시키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의 대계이므로 일시적인 이해관계나 나이 어린 학생들의 선택 등에만 맡기는 정책은 시정되어야 한다.
외교나 문화 또는 경제분야에서 갑자기 전문가를 구하려는 조급함이 아니라 항상 미리 대비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무역, 통상 기술분야에서는 정확한 의사전달이 매우 중요하며 이에 각 언어를 능통하게 하는 전문인이 필요하다. 비근한 예로 노태우 대통령시절 한·러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때 통역문제로 곤란을 겪지 않았던가.
지난해 필자는 대만 독어독문학회 및 독어교사협회 초청으로 3일간 학회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놀라웠던 것은 학회에 참석한 교수는 물론이고 학생, 교사도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유를 물으니 어학관련학회에서는 모두 해당언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지침이라고 했다. 또 중국 외교부대변인은 모든 브리핑을 중국어로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많은 기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다른 지역의 정확한 이해와 교류는 그 언어를 통해서 가능하며 이러한 교류야 말로 진정한 국제화와 세계화를 앞당기는 것이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교육부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외국어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제2외국어에 대한 관심과 이해심이 높아지고 이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독어교육과>독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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