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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와 이윤택이 만드는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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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와 이윤택이 만드는 ‘파우스트’

입력
1997.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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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 연기 50주년 기념… 국립극단 17∼24일/원작해석싸고 숱한 갈등끝에 ‘옥동자’ 탄생50년 연기인생에서 4번째 파우스트 역을 맡은 장민호와 전통적 놀이의 무대를 만들어온 연출가 이윤택이 국립극단의 「파우스트」(17∼24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만난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듯 이색적인 만남이다.

배우 장민호. 자신의 연기생활 50주년 기념공연 「파우스트」의 주인공이다. 47년 서울중앙방송국, 50년 극단신협에 들어가 정극 연기만 파고든 노배우다. 74년 이해랑 연출 때부터 「파우스트 장」으로 불릴 만큼 이 역을 잘 소화했다. 자연히 극해석도 완벽하리만치 틀이 잡혀 있다.

연출자 이윤택. 전통의 현대화라는 기치 아래 남의 것을 우리 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한다. 괴테의 원작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 이미 95년에도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를 각색, 연출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연습에 들어가자 대립은 불거졌다. 『어떻게 「하늘의 총채」 그레첸을 맥주집서 아르바이트하는 삼수생으로 그릴 수 있느냐』(장민호), 『성스러움을 세속으로부터 보여줘야 하는 거다』(이윤택), 『너무 구체화 세속화하면 고귀함은 사라진다』(장민호), 『읊어대기만 해서야 3시간을 누군들 보겠느냐』(이윤택). 장민호가 애착을 갖는 서재장면까지 완전히 개작된 대본을 이윤택이 들이밀었던 때는 공연이 되느냐 깨지느냐 하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윤택이 『읽으십시오』하고 돌아앉았다. 10분간의 침묵.

이러한 진통이 「파우스트」의 새로운 탄생을 낳기 위해 있었다. 결국 작품은 재구성됐다. 삼수생 그레첸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서울시립가무단 출신 방주란이 맡았고 대머리의 날카로운 메피스토는 신구가 열정을 바치고 있다. 다만 도입부, 파우스트가 독백하는 서재장면은 장민호의 뜻에 따랐다.

20대부터 70대까지 50명의 출연진 구성은 국립극단이 아니라면 힘들다. 제작비도 민간극단이라면 5억원은 들었을 법하다. 12년간 국립의 단장을 지낸 원로배우를 기념해 국립극단이 고전레퍼토리에 젊은 연출자를 선택, 의욕을 보이고 있다. 「파우스트」의 만남은 고답적 정체를 벗어나려는 국립과, 세계연극제가 끝나고 소강상태인 우리 연극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픈 연출자의 만남이다. 평일 하오 7시, 토일 하오 4시. (02)274―1151∼8<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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