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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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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적 사고가 유럽인의 경직된 사유체계를 뒤흔들어 놓던 계몽주의 시절, 「철학하는 악마」라고 불리던 여성철학자가 있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이 영국여성은 논문 「여성권의 옹호」를 발표, 사회를 놀라게 했다. ◆당시의 자유주의적 주장을 여성에게 적용한 글이었다. 그는 당시 혁신적이고 진보적으로 평가되던 루소 등 다른 유럽 철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여성 이미지에 대해서조차 반대했다. 「정신에는 성별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당연히 여성의 완전한 인간적·정치경제적 독립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명석한 논리와 주장으로 남성 중심의 사유체계와 사회제도에 도전했던 그는 분명히 페미니즘의 선각자였다. 안타까운 일은 그가 38세 때 출산을 하다가 사망함으로써 그후 철학사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가 그의 2백주기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내외 철학자들이나 여성운동단체는 그를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30일 울스턴크래프트가 태어났던 영국의 이웃나라 아일랜드의 대통령선거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지닌 여성후보 메리 매컬리스가 당선됐다. 네 명의 쟁쟁한 여성 후보와 한 명의 남성이 겨룬 이 선거는 처음부터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이제 매컬리스는 메리 로빈슨을 잇는 2기 연속 여성대통령이 된다. ◆차가운 미소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그는 벨파스트 출신이다. 벨파스트는 영국계 신교도와 아일랜드계 구교도의 유혈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도 여성대통령을 꿈꾼다면 그것은 너무 공소할 것인가. 여권이 좀더 신장되고 통일을 이룬 평화로운 무렵이나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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