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병들이 있다. 신경성 위장병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증상은 있으나 원인이 불명확한 이 질환의 배경에는 경쟁적이고 복잡한 사회구조, 적자생존에 대한 불안감, 부적절한 식생활과 스트레스가 깔려 있다. 일종의 「현대병」인 셈이다.과민성대장증후군은 선진국과 도시인에게 많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30∼40대의 사업가나 봉급생활자, 대입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발병률이 높다. 이같은 신경성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화기 환자의 50∼70%를 차지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환경적 요소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위장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주증상은 가스가 차서 배가 더부룩한 팽만감, 하루 1∼2회 설사나 무른 변, 설사와 변비의 교대 출현, 복통 등이다. 이밖에 신경성 소화장애, 전신피로, 우울, 불안, 불면증, 두통, 현기증, 사지와 복부냉증도 나타난다. 남자는 설사나 묽은 변, 여자는 변비와 복통이 주증상이다. 한방에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기가 약한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고 여겨 「칠정설」, 「기비」라고 부른다.
경희대시내한방병원 내과과장 박동원(52) 교수는 적절한 식사와 올바른 배변습관을 강조한다. 박교수는 『자율신경계 섬유가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장기가 위장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위장점막에 충혈과 운동저하 등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대개 발병한지 오래돼 만성화한 상태이므로 자신의 병에 대해 불안과 의심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같은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일이 급선무이다. 치료는 안심건비탕이나 가미정기산 등의 약물을 평균 2∼3개월간 투약한다. 침치료 광선치료를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섭생도 중요하다. 박교수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며, 규칙적인 식사 및 배변습관을 가져야 한다.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광대광주한방병원장 문석재(47) 교수는 한약의 직장 투여, 향기치료 등 독특한 치료법을 구사한다. 약은 증상별로 다양하게 처방한다.
과민해진 뇌신경을 차단하는 진정안신, 위장운동을 정상화하는 보비익기, 장내의 독소를 제거하는 정장, 위장관의 흡수율을 높이고 과민성을 조절하는 보신양 등의 처방을 주로 사용한다.
직장에 투여하는 항장요법은 한약을 정제한 후 항문을 통해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대개 췌장이나 간, 신장질환 등이 동반돼 구강투여만으로 빠른 효과를 보기 힘든 경우나 고질화한 장질환 등에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보조요법으로 활용하는 향기치료는 식물에서 추출한 자연향을 코로 흡입시키거나 경락을 이용, 마사지해주는 방법이다.<고재학 기자>고재학>
□프로필
박동원
▲71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83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경희대시내한방병원 내과과장·한방내과학회 부회장
문석재
▲76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86년 원광대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원광대광주한방병원장·대한한방병원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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