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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다운 공부/고바야시 하나코<소림화자> 무용가(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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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다운 공부/고바야시 하나코<소림화자> 무용가(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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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사실 교육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오로지 하나의 목표, 바로 대학 진학이다. 남다른 교육열의 원인을 엄밀하게 따져보면 대학진학이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서 졸업만 하면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실제로 대졸자는 사회적으로 남다른 대접을 받는다. 특히 직장에 들어갈때나 들어가서도 대학 졸업여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고졸인 나도 한국에 와서 국립발레단원으로 활동할때 대학을 졸업한 동료들보다 월급이 적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공부에 시달려야만 하는지 의문스럽다.

요즘은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모두 공부의 노예처럼 살고 있다. 부모들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서 그동안 놀지 못했던 것까지 놀기 바쁘다.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생각은 더욱 그들을 자유스럽게 하는 것 같다.

따라서 대학도 대학답지 못하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졸업장 따기 위해 가는 것이므로 적당히 공부하고 출석하면 된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얻는 것은 대학졸업이라는 학벌 뿐이다.

일본도 상황은 한국과 비슷했다. 나는 어린시절 음향전문가가 꿈이어서 대학에 갈 생각을 안했고 왜 사람들이 그렇게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실제로 나는 중학교 내내 공부에만 매달려 정말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무용을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친후 학교를 나와야만 했다.

입시 중심의 학교공부는 많은 사람들을 좌절의 늪으로 몰아간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다. 아직 채 피어보지 못한 어린 나이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입시 중심의 공부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괴롭힌다. 많은 부모가 피아노·미술·무용·작문·영어 등을 어릴때부터 시키지만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모른채 배움을 강요한다. 아직 놀면서 재미로 해야하는 나이에 너무나 전문적인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 학생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입시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학만이 전부가 아니고 얼마든지 다른 길을 가더라도 보람있게 살 수 있고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등학교를 중도에 포기한 것에 대해 지금도 전혀 후회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등학교를 그만 둔후 내가 하고 싶은 무용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한국의 아이들은 언제쯤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까.<일본출신 귀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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