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시민의식 빛났다/7만여 관중 “수준높은 관전매너”/쓰레기 자진수거 경기장안팎 깨끗/대중교통 이용 교통대란도 “기우”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질서의식 만큼은 지지 않았다.
1일 벌어진 월드컵축구예선 한·일 2차전은 한국팀의 완패로 끝났지만 잠실종합운동장을 메운 7만여명의 우리 관중은 수준높은 관전매너와 질서의식에 스스로 놀라워하며 허탈한 마음을 또다른 자긍심으로 채웠다.
하오 5시10분. 경기종료 휘슬이 길게 울리자 자리에서 모두 일어선 관중은 감격에 겨워하는 일본선수들과 「울트라 닛폰」응원단에 축하의 박수를, 고개를 떨군 한국선수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힘차게 보냈다. 야유와 충돌, 병과 종이팩 등 쓰레기투기를 예상했던 경기장내 경비경찰들은 뜻밖의 분위기에 긴장을 풀었다.
서로를 더욱 놀라게 한 광경은 이후에 벌어졌다. 수많은 관중이 서로 먼저 나가려 출구로 몰리는 대신 쓰레기봉투를 들고 주변정리에 나선 것이다.
청소년과 직장인, 주부 등 일반관중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기종료후 30분이 넘도록 페트병, 신문지, 도시락 등 온갖 오물을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심지어 쓰레기를 재질별로 모아 분리수거까지 하는 관중도 눈에 띄었다. 「성숙한 응원문화 창달」을 공언해온 「붉은 악마」응원단은 스탠드는 물론, 운동장 안에 뿌려진 종이꽃가루까지 말끔히 쓸어치운뒤 경기종료 한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지난달 5일 아랍에미리트전 당시 썰물처럼 빠져나간 좌석이 쓰레기장처럼 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주부 홍승례(48·서울 도봉구 상계동)씨는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관전문화에 있어서 만큼은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딸과 함께 주변의 쓰레기를 치웠다』며 『우리 스스로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 결과가 결코 아쉽지만은 않다』고 밝게 웃었다.
일본응원단 역시 이에 뒤지지않는 시민정신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응원도구로 사용한 파란봉투에 주변의 쓰레기를 일일이 담았으며 나중에 이들 쓰레기 봉투까지 한편에 가지런히 모아 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경기는 여러차례 경고와 퇴장조치까지 나오는 등 격렬한 양상을 띠었으나 양국 관중 간에는 야유도 없었고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상대의 절묘한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후 「붉은 악마」응원단은 「울트라 닛폰」응원석을 찾아가 대형태극기를 흔들어 일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으며 일본응원단은 5분여간 「코리아」를 연호하며 답례했다.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장 주변도로도 대다수 관중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 한산함을 느낄 정도로 원활한 소통상태를 보였다.<정진황·박일근·이동준 기자>정진황·박일근·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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