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안일에 신물이 난 미국의 한 주부가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나무에 올라가 파업을 선언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몇시간동안 싹싹 빌며 앞으로 집안일을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이 주부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파업하고 싶은 심정은 한국주부들이 더할 것이다. 가족 뒷바라지에 식사준비와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일은 끝이 없다. 학교·관공서일도 주부몫이다. 재경원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가치는 GNP의 25.9%인 1백36조원. 전업주부 5백여만명이 하루 10시간씩 일한다고 치고 월임금을 계산하자 1백39만여원이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로부터 그들의 노동과 존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주부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과 삶에 대한 회의는 때로 탈선으로 이어져 가정파탄까지 빚게 된다. 최근 자주 적발되는 주부윤락과 전화방을 매개로 한 탈선, 퇴폐이발소 취업같은 사회문제도 돈만이 이유가 아닌 것같다. ◆11월1일은 주부전문인클럽이 정한 「주부의 날」이다. 이 단체는 「다시 태어나도 훌륭한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가족과 자신들에게 각각 7가지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가족들에 대한 호소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월 하루의 휴가를 줄 것, 주부도 전문직이며 스케줄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들은 주로 김진섭의 수필 「주부송」에 나오는 것 같은 이상적 주부상만 기대하고 있다. 전국민연금제가 실시되는 내년 7월부터 이혼한 전업주부에게 배우자연금의 일정부분을 나눠주는 제도가 실시된다. 그러니 일본남편들처럼 정년이혼을 당하기 전에 반성하자고 하면 조금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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