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7.11.01 00:00
0 0

얼마 전, 집안일에 신물이 난 미국의 한 주부가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나무에 올라가 파업을 선언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몇시간동안 싹싹 빌며 앞으로 집안일을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이 주부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파업하고 싶은 심정은 한국주부들이 더할 것이다. 가족 뒷바라지에 식사준비와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일은 끝이 없다. 학교·관공서일도 주부몫이다. 재경원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가치는 GNP의 25.9%인 1백36조원. 전업주부 5백여만명이 하루 10시간씩 일한다고 치고 월임금을 계산하자 1백39만여원이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로부터 그들의 노동과 존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주부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과 삶에 대한 회의는 때로 탈선으로 이어져 가정파탄까지 빚게 된다. 최근 자주 적발되는 주부윤락과 전화방을 매개로 한 탈선, 퇴폐이발소 취업같은 사회문제도 돈만이 이유가 아닌 것같다. ◆11월1일은 주부전문인클럽이 정한 「주부의 날」이다. 이 단체는 「다시 태어나도 훌륭한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가족과 자신들에게 각각 7가지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가족들에 대한 호소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월 하루의 휴가를 줄 것, 주부도 전문직이며 스케줄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들은 주로 김진섭의 수필 「주부송」에 나오는 것 같은 이상적 주부상만 기대하고 있다. 전국민연금제가 실시되는 내년 7월부터 이혼한 전업주부에게 배우자연금의 일정부분을 나눠주는 제도가 실시된다. 그러니 일본남편들처럼 정년이혼을 당하기 전에 반성하자고 하면 조금 달라질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