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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별 깡통계좌 평균 40∼50개/주가폭락 피해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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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별 깡통계좌 평균 40∼50개/주가폭락 피해 백태

입력
199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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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1억여원 투자 60대 무일푼 신세로/결혼자금 6,000만원중 겨우 1,000만원 건져/아파트 처분대금 3개월동안 다 까먹어/“증권사 직원은 농촌총각만 못하다” 자조피혁제품을 만드는 중소업체 부장 이모씨(48)는 올 7월 수도권에 4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고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상계동의 20평형대 아파트를 팔고 조금만 보태면 중형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분양을 받은 즉시 상계동 아파트를 1억3,000만원에 처분한 뒤 전세를 얻고 남은 자금 4,000만원으로 A증권사를 통해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9월들어 주가가 곤두박질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씨에게 파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씨가 산 주식은 증권사로 부터 신용융자를 얻은 4,000만원을 합해 총 8,000만원 어치. 최근 3개월여동안 주가가 절반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이제는 4,000만원의 투자원금이 1,000만원에도 못미쳐 중형아파트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요즘 증권사 객장을 찾으면 이씨처럼 주가폭락으로 회복 불가능한 처지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31일 B증권사 객장을 찾은 30대 중반의 학원강사인 최모씨의 사정은 더 딱하다. 최씨가 주식에 손댄 것은 8월. 결혼을 위해 알뜰하게 모아둔 6,000만원으로 중소형주 중심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신용융자까지 얻은 것이 화근이었다. 최씨는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회수할 수 있는 투자원금이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증권사 직원의 답변을 듣고는 말을 잊었다. 최씨는 『결혼날짜까지 잡아놓았는 데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사지점별로 이씨와 최씨처럼 총 투자자금에서 23%이상을 잃어 신용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한 담보부족계좌는 무려 총 신용계좌수의 90%선. 개인투자자중 60% 정도가 신용융자를 얻어 주식을 추가매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의 절반 정도는 투자원금을 대부분 까먹은 셈이다.

더우기 투자원금 회수가 불가능해진 깡통계좌도 지점별로 평균 40∼50개에 이르고,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1개월동안 입은 주식평가손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만큼 투자자들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생계마저 어려워지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C증권사 객장을 초췌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던 김모씨. 60대 초반의 퇴직자인 그는 20여년동안 주식에 투자해 온 노하우를 믿고 1억원이 넘는 퇴직금마저 증시에 쏟아부었는데, 『남은 것은 깡통계좌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이날 주가가 또 폭락하자 항의할 기운도 잃은 채 『막노동 일감이라도 찾아야겠다』며 객장을 박차고 나갔다.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증권사직원들의 고통도 깊어가고 있다. 『증권사직원은 농촌총각보다도 못하다』는 자조섞인 비아냥이 나도는가 하면, 은행대출이 불가능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D증권사 직원은 『아무리 튼튼한 보증을 해가도 은행에서는 증권사라는 말 한마디에 문전박대하기 일쑤』라며 『몇몇 직원들은 중간퇴직금까지 날리고 잠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E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이제 투자자들은 항의할 힘도 잃었고 직원들도 희망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증시의 무기력증이 사회전반으로 파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고개를 떨궜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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