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30억불 해외은닉 공세에/청문회중 혈압 240 올라 쓰러져89년 하와이에서 독재자의 생을 마감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미망인 이멜다 마르코스(68)가 30일 국회 예산위원회 청문회에 참석중 쓰러져 병원에 긴급후송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응급조치를 받은 그의 병명은 고혈압과 심장질환. 치료를 맡은 심장전문의 아벨리노 아벤투라 박사는 『이멜다의 혈압이 최고 240까지 올라가 합병증등 많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사는 『240이란 수치는 조그만 혈관은 곧 터져버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의 건강이 위험수위임을 알렸다. 그러나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후 그는 상태가 다소 호전돼 입원한지 하루만인 31일 상오 휠체어에 의지한채 병원문을 나섰다.
이멜다의 건강이 최근들어 급격히 나빠지게 된 것은 남편이 20년간 독재시절 엄청난 국부를 해외에 빼돌렸다는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부터였다. 특히 과거 마르코스 정권에서 일한 적이 있는 변호사 로버트 스위프트가 최근 미 캘리포니아의 한 법정에서 『마르코스가 망명하기전 스위스은행에 시가 130억달러상당의 금괴 1,200톤을 은닉했다』고 증언한 이후, 그는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는 또 마르코스의 상속자들이 피델 라모스 현 대통령 측근들과 공모, 스위스 은행에서 돈세탁을 시도하려 했다고 폭로, 그의 가족의 입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라모스 측근들은 『내년 대선을 앞둔 야당측의 공작』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있으나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는 이멜다로서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현재 하원의원으로 활동중인 이멜다는 93년 남편 독재시절 2건의 독직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93년 2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으로부터 보석허가가 나 풀려난 상태다. 91년 남편을 객지에 묻고 홀로 귀국,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이멜다가 또다시 불어닥친 남편의 망령을 어떻게 헤쳐갈지 관심거리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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