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내기 비난 서로자제 ‘공존논리’ 부상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단일화협상 타결은 즉각적인 「반DJP 경계심리」의 확산을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여권내에 반DJP 연대를 위한 중재기류가 싹트기 시작하고 신한국당은 주류 비주류간 상대 흠집내기식의 비난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여권 내부에 서서히 「공존의 논리」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DJP연합이 응집된 힘을 새롭게 창출한 반면 반DJP연대는 힘의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DJP연합이 권력분점을 매개로 단일후보협상을 이끌어온 반면 반DJP연대는 그와같은 접합점이나 프로그램이 아직은 없다. 따라서 신한국당을 위시한 반DJP세력은 일단 김대중 김종필 총재의 양김통합구도를 겨냥, 개별공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조순 민주당총재 이인제 국민신당후보 등은 하나같이 DJP단일화를 「밀실야합」의 산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30일 문화일보 초청 연설회에 참석, 『DJP연합은 헌정질서를 우롱하는 전형적인 밀실 야합』이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반DJP 3인후보는 나아가 내각제를 전제로한 DJP단일화에 대해 「나눠먹기식 권력흥정」이라고 몰아붙였다. 「3김정치 종식」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것도 똑같다.
반DJP연대가 순조롭지 못한 것은 구도자체의 출발점이 다른데 그 원인이 있다. DJP단일화는 「야권연합」의 산물이지만 반DJP연대는 「여권 분열」의 대안모색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이인제 후보의 결합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반DJP연대의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반DJP연대작업이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이를 위한 중재움직임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신한국당의 주류 비주류간 극단적 비난전이 중지됐다. 후보교체론을 주장하는 비주류측을 해당행위로 간주하겠다던 주류측 으름장도 수그러들었고, 비주류측의 「이회창 흔들기」역시 강도가 약해졌다. 탈당사태 또한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 파장이 심할 것 같지가 않다. 당 지도부의 내분수습과정에서도 제로섬방식이 아닌 공존의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정진석 기자>
◎‘이이제이’전략으로 현구도 유지 주력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DJP단일화를 대세몰이에 연계시키면서도 혹시 역풍을 맞을 경우 현재의 유리한 대선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양당이 예상하는 역풍은 양자 대결구도로의 압축과 후보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 등 두 가지이다.
양당은 야권의 단결, 여권의 분열로 요약되는 3자구도가 지속되는 한 대세는 요지부동이라고 보고 있다. 92년 대선당시 선거기획을 맡았던 국민회의 이해찬 의원은 『지지도 3위인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가 300만표 이상만 얻어주면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추격을 무리없이 따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이총재와 이 전지사간의 균형을 맞추는 「이이제이」전략을 통해 대선구도를 현상유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이 전지사의 지지도가 단일화의 타결과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 주목, 이 전지사에 대한 공세를 시작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지사측과의 공방이 그를 반DJP연합의 대표로 부각시키고 양자구도로의 개편을 몰고 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내달 3일의 단일화 서명식 이후에는 타후보에 대한 공격 등 네거티브 캠페인을 피할 것』이라면서 『가능한 한 새로운 쟁점을 만들지 않으면서 영남권 공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당간 권력분점의 정당성을 알리는 문제에 관해서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후보단일화의 선거법위반여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양당이 정권을 전·후반기로 분점하는 근거와 공동정권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홍보전략이 필요하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김대중 총재가 내각제에서 간선 대통령으로 재선될 경우 현 헌법의 단임정신에 어긋나는지 여부, 지지도 3∼4%수준인 자민련측의 정권후반기 집권이 정당하냐는 문제 등이 잇달아 제기될 것에 대비, 합의내용을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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