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과연 이인제 전 경기지사를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는가.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측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같은 논란은 30일 김대통령과 이 전지사의 회동으로 새삼 정가의 관심사항으로 부각됐다. 이총재측은 『두사람 사이에 대선정국에 관한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거듭 의혹을 제기한 반면 청와대와 이 전지사측은 『이총재의 부진한 지지도 만회를 위한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이 총재측 시각/“경선불복자 청와대 부른게 다른 속셈 증거”/“국민신당 민주계합류로 YS당 될것” 공언
이회창 총재측은 김대통령이 이 전지사를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심증을 굳히고 있다.
서상목 기획본부장은 『이미 탈당을 했거나 탈당 예정인 일부 민주계인사가 이 전지사의 국민신당 합류를 공언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따라서 국민신당은 김대통령과 이 전지사가 한배를 탄 「YS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총재의 또다른 측근은 『국민신당 입당 예정인 박범진 의원이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속에 이총재를 공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총재측은 30일 김대통령과 이 전지사의 청와대회동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과 의혹을 표시했다. 두사람의 회동에 이례적으로 조홍래 정무수석을 시종 배석시킨 것도 이런 시선을 희석시키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이총재측은 보고 있다.
하순봉 운영특보는 『합석한 세사람은 모두 민주계로, 한 식구끼리 대화를 나눈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특보는 또 『경선을 주창하고 관리했던 김대통령이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당을 떠난 사람을, 그것도 아직 후보로 공식 확정되지도 않은 사람을 불렀다는 것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에 대한 이총재측의 불신은 9월 이 전지사의 탈당을 기점으로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총재측 인사들의 일치된 견해는 『당시 김대통령이 이 전지사를 붙잡는 모양만 갖췄을 뿐 사실상 탈당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박성범 의원은 『이전지사가 김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라 부르는 두사람의 특수관계와 여권의 생리 등에 비추어 이 전지사가 김대통령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김대통령이 이총재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이 전지사를 「대안」으로 삼아 민주계를 앞세운 「후보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게 이총재 진영의 주장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청와대의 반응/“여론조사 지지율 2위 상응하는 회동일뿐”/지원설 강력부인속에 일각선 “정치는 현실”
김영삼 대통령과 이인제 전 지사의 30일 개별회동을 앞두고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론조사 지지율 2위에 상응하는 회동이 될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이 전지사에 대한 현실적 평가때문에 회동이 이뤄질 뿐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회담을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외에 추측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김대통령은 「이전지사 막후지원설」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정말 개의치 않는다』며 『그런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이 전지사와 연계되는 것을 극력 경계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이미 김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한 이상 이총재에 대한 미련은 없으나 그렇다고 당장에 「대안」을 상정하고 움직이는 일은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김덕룡 의원과 박찬종 고문에게 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도록 권유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총재측이 「김대통령이 이전지사를 지원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당분간 당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진의 상당수가 민주계 성향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정서적으로 이 전지사 진영과 맥이 닿아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 비서관은 『정치는 현실인데 이총재의 지지도가 거의 올라가지 않는 상황을 무시하고 그대로 간다면 결과는 자폭』이라며 『정권재창출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이전지사 밖에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들도 구체적으로 드러내놓고 행동을 하거나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김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명시적 지원이 이 전지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다 일부 친이총재 비서관들이 비난의 표적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이인제측 입장/“출마 한달여 의원 한명 안왔는데 무슨 지원”/“득표에 도움안돼” 주장 한편 “방해도 안받아”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주도하는 국민신당(가칭)은 「김대통령의 이인제 암묵 지원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측이 흘리는 근거없는 음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YS정서의 확산에 따라 이 전지사가 청와대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YS가 우리를 도와줄 힘은 없지만 크게 방해한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전지사는 30일 김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뒤 『일부세력이 엉뚱한 얘기를 흘려 신당을 음해하려 하고 있다』며 『출마를 선언한 지 한달보름동안 현역의원 중 한 사람도 가세하지 않았는데 지원은 무슨 지원이냐』고 「청와대 지원설」을 일축했다. 황소웅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회창 총재측이 지지율이 하락하자 근거없는 모함을 하고 있다』며 『이 전지사는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만으로 독자행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지사는 이같은 「지원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날 김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에서 신한국당 내분사태, DJP연대 등 정치현안에 대해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 전지사는 청와대회동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도 『만족이고 불만이고 없다』며 「뒷말」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 전지사의 대다수 측근들은 『이총재측은 이달초 까지만 해도 김대통령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지지율이 추락하자 엉뚱하게 책임을 김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이총재측을 비난했다. 측근들은 이어 『우리가 청와대로부터 조직 자금 홍보 측면에서 무슨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느냐』며 『이총재의 어려움은 모두 아들의 병역문제 등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과 이 전지사가 정치적 부자지간으로 알려진 것이 정치권 내부에서는 도움이 될 때도 있다』며 『김대통령 주변의 일부 인사와 상당수 민주계인사들이 정치적 뿌리가 같은 이 전지사를 간접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김대통령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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