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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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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현상이란 말은 이제 귀에 익은 기상용어가 됐다. 스페인어로 「신의 아들」이란 뜻의 이 말은 남아메리카 페루 앞바다의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상이변을 뜻한다. 주로 성탄절 전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근년에는 몇해에 한번씩 동태평양 적도부근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1년 이상 계속되곤 하는데, 넓은 의미로 이 현상도 엘니뇨라 부른다. 올해의 엘니뇨는 금세기 최대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엊그제 미 항공우주국(NASA) 대기권 관측위성이 찍은 사진은 태평양의 미주쪽은 비가 오고 아시아쪽엔 가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엘니뇨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남미 지역의 피해가 심하다. 페루에서는 바닷물의 기온변화로 금년의 어획고가 40%나 줄었고, 생필품 값이 20%나 뛰었다. 인도네시아는 오랜 가뭄으로 인한 삼림화재로 미증유의 재앙을 겪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비가 내려야 불이 꺼질 것이라 한다. ◆페루 정부는 14개 지방을 비상경계지역으로 지정해 재난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부 해안지역이 엘니뇨영향권인 미국도 지난 14일 「엘니뇨 대책 서미트」를 열었고, 연방 긴급사태 관리국까지 나서 피해 예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도 해수온도 측정을 강화하고 엘니뇨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태평성대이다. 기상청 전담반원 3명이 자료 수집과 분석을 하는 것 말고는 정부차원의 엘니뇨대책은 없는 것같다. 올여름 북한지방의 가뭄과 남쪽의 잦은 강우가 엘니뇨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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